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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또다시 중국을 방문했다

석달 만에 한 나라를 세번 방문했다.

  • 김원철
  • 입력 2018.06.19 21:54
  • 수정 2018.06.19 21:56
ⓒJonathan Ernst / Reuter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세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 정상이 석달 만에 한 나라를 세번 방문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북-미가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에 나선 상황에서 최대 우호국인 중국을 배려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김 위원장 일행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직후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이 19~20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3월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겠다고 밝힌 뒤인 3월25~28일 베이징, 한-미 연합 군사훈련으로 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던 5월7~8일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 국면에서 공고한 북-중 관계가 북한에 사활적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앞선 두차례의 방중과 다른 점이 눈길을 끈다. 북-중 관영매체들은 지난 두차례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이 귀국한 뒤 방문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번에 중국 매체는 베이징 도착 즉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3월 말 베이징 방문 때 기차를 이용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비행기를 이용했다. 2차 방중 때 전용기로 다롄을 방문하고, 북-미 정상회담 때도 중국이 제공한 비행기를 타고 간 것에 이어, 오랜 은둔을 끝내고 ‘정상 국가’로 진입하는 것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베이징 방문의 핵심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고,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북-미는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과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확약했다고 밝혔다.

이를 실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중국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제 제재를 완화하는 데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먼저 나서야 제재 완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짧게 전했다. “6월19일부터 20일까지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한줄짜리 단신이다. 북-중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의 이전 두 차례 중국 방문 때는 귀국 직후 방문 소식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중국 <신화통신>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짧게 전했다. “6월19일부터 20일까지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한줄짜리 단신이다. 북-중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의 이전 두 차례 중국 방문 때는 귀국 직후 방문 소식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미 및 남북 관계 개선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월27일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담긴 △종전선언 △정전협정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내비쳐왔다. 이 선언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 평화협정의 주체를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로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그동안 한반도 정전체제의 한 당사자인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왔다.

최근 북한의 행보를 둘러싸고 일부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미-중 사이의 ‘등거리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고비 때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볼 때, 등거리 외교를 추구한다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중국과의 공고한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이해와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결론은 그동안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병행)을 사실상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평화협정에 한국은 물론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7일 “시진핑 주석이 5월 초 다롄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도록 설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에 대해 “북-미 사이에서 중국의 역할이 얘기가 됐다는 것이고, 북한이 중국을 적극적 당사자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이 잘 진행되면 이후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안 등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북한이 비핵화 조처를 이행하면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회담에 대한 설명이라면 실무 책임자를 보내도 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방중한 것은 대규모 경제협력 등을 보장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으로부터의 경제협력과 경제발전 비전 보장은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경제협력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거쳐 창춘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형식의 북-중 협력 논의를 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목표는 식민지배에 따른 거액의 경제협력 자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다. 일본 언론들은 김 위원장과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동방경제포럼이나 12월 뉴욕의 유엔총회를 계기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나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통한 북-러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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