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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를 향한 ‘쇼터뷰’의 무례함 : 노출 논란 물어보면서 원피스 아래로 카메라 잡는 의도는 무엇인가?

인간 현아에 대한 존중, 아티스트 현아에 대한 궁금증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이인혜
  • 입력 2021.02.01 14:53
  • 수정 2021.02.01 16:49
컴백한 현아를 데리고 '노출' 관련 질문만 일삼은 제작진(왼쪽), 영상 관련 지적 댓글 일부 
컴백한 현아를 데리고 '노출' 관련 질문만 일삼은 제작진(왼쪽), 영상 관련 지적 댓글 일부  ⓒyoutube/ Mobidic

 

“인터뷰 질문과 내용, 카메라 구도, 남자 아나운서 말투까지 모든 게 다 구리고 저질스러워요.” 지난달 28일, 현아가 출연한 유튜브 ‘제시의 쇼터뷰(이하 쇼터뷰)’를 접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네티즌의 말대로 해당 방송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날 현아는 컴백 이후 첫 인터뷰로 소속사 동료이자 절친인 제시의 방송을 선택했다. 무려 1년 2개월 만의 컴백인 만큼 앨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나, 현아가 받은 질문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현아는 과거 한 대학 축제에서 의도치 않게 벌어진 ‘노출 사건’을 해명해야 했다. 당시 현아는 악플에 시달리다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는 파티였고 저긴 10대들의 공간도 아니다”는 입장을 SNS에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해묵은 사진을 들고 와서는 다시금 해명을 요구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결국 제작진은 현아에게서 “저는 무대 위에서만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근데 저건 최선을 너무 다한 것 같다. 왜 저래?”라는 반응을 들은 뒤에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이것만 보면 노출에 지극히 보수적인 ‘선비’ 마인드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 현아에게 던진 질문을 보면 제작진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사생활 노출 vs 노출로 생활(노출한 채 생활하기)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몸에 있는) 점이 어디 어디에 있는지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시의 쇼터뷰 한 장면
제시의 쇼터뷰 한 장면 ⓒyoutube/ Mobidic

노출 논란을 질문해놓고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현아가 ‘노출로 생활(노출한 채 생활하기)’을 택하자, 제작진은 급기야 그의 하체가 음란한 것이라도 된 마냥 모자이크 처리한다. “몸에 있는 점을 보여줄 수 있냐”는 질문은 또 어떤가. 현아가 “가슴에 점이 있다”고 하자 남성 진행자는 본인 와이셔츠 단추를 일부 풀더니 자신한테도 점이 있다면서 그것을 보여준다. 누구도 그것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굳이 짧은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는 현아를 밑에서 찍었다. 이 과정에서 현아의 속바지까지 노출됐으나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공개했다.
굳이 짧은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는 현아를 밑에서 찍었다. 이 과정에서 현아의 속바지까지 노출됐으나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공개했다. ⓒyoutube/ Mobidic

 

더 최악인 건 연달아 노출 질문을 던지기 전 현아의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제작진이었다. 이날 짧은 원피스를 입은 현아가 그동안 선보인 노래 안무를 추는데, 카메라는 그의 원피스 아래를 향한다. 해당 구도가 현아의 춤을 잘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현아의 매력을 부각하는 구도도 아니지만 제작진은 개의치 않는다. 이 과정에서 현아의 속바지까지 그대로 공개되지만,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는 이른바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찍는 ‘불법촬영’ 구도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아티스트이자 인간 현아를 향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제작진의 무례함은 MC 제시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작진과 남성 MC가 합세해 ‘우리나라 섹시 여가수 1등은 제시’라고 하는가 하면, “공항에서 수영복을 입지는 않는다”며 제시의 복장을 규제하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현아에게 ”파우치에 무엇이 들어있냐”는 질문을 한 뒤 제시가 “담배?”라고 하자 제작진은 ‘아이돌한테 담배라니’라는 자막을 띄운다.

92년생 현아는 엄연한 성인이다. 설령 담배를 피운다고 해도 하등 문제 될 게 없다. 단지 아이돌과 담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남성 아이돌의 흡연 사진을 봐왔기 때문이다. 남성 아이돌의 흡연은 문제가 되긴 커녕 ‘힙하다‘, ‘시크하다’ 같은 표현으로 수식된다. 굳이 여성 연예인인 현아가 나온 방송에 이런 자막을 쓴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앞서 배우 한소희는 과거 흡연 사진이 공개됐다가 일각에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왜 여성흡연을 향한 잣대는 이다지도 엄격한가? 

쇼터뷰
쇼터뷰 ⓒyoutube/ Mobidic
배우 한소희와 지드래곤의 흡연 사진. 동일한 흡연이지만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왔다.
배우 한소희와 지드래곤의 흡연 사진. 동일한 흡연이지만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왔다. ⓒ인스타그램

 

아무렇지 않게 여성 연예인의 특정 신체부위를 부각하며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더니 또,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이 있는 법’이라는 식으로 도덕적 권위를 내세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게 여성 연예인에 한정해서 일어나는 문제일까, 이러한 낡은, 남성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멘트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 지겹게 들은 뻔한 레퍼토리 중 하나가 아닌가. 여성이 성범죄 피해자가 됐을 때 “여자가 조신하게 입어야지”, “그러게 왜 짧은 치마를 입었어?”, 라는 말로 피해자를 탓하는가 하면, 애인이나 아내에겐 “밖에선 짧은 치마 입지 마”라는 식으로 구속하는 모습, 우리는 이런 낡디낡은 멘트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

이처럼 여성을 ‘욕망과 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남성중심적 문화가 일상적이다 보니 여성들 스스로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낡은 악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런 후진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은 가히 실망스럽다. 이쯤에서 제작진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 올해로 데뷔 14년차,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꼽히는 현아를 데리고 정말 이 정도 인터뷰가 최선이었던 것인가?

영상을 향한 네티즌 지적 일부
영상을 향한 네티즌 지적 일부 ⓒyoutube/ Mobidic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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