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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3일 15시 27분 KST

"사랑으로 가해자를 변화시킬 순 없을까? 희망을 버리고 관계 단절해야 한다" 가스라이팅에 대한 오은영 박사의 뼈때리는 통찰

피해자에게 "왜 바보처럼 당하느냐"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

Ovidiu Minzat / EyeEm via Getty Images

배우 김정현-서예지의 문자 메시지로 가스라이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가스라이팅 자가진단법을 비롯해 가스라이팅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통찰력 있는 조언을 전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KBS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출연한 오은영 박사 

22일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에 출연한 오 박사는 특정 관계에서 △간단한 결정도 내리기 어렵다 △‘내가 예민한 건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사과를 한다 등의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좀 생각해봐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널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포장하곤 한다. 정말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충고와 교묘한 가스라이팅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충고는 정말 사실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만 이야기함으로써 상대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오는 데 반해, 가스라이팅은 상대의 사고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아주 지속적인 요구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 인격장애 특징 

오 박사에 따르면,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오 박사는 ”아무나 남을 가스라이팅 하는 게 아니다. 가해자들은 자아, 외모, 능력 등 자기 자신의 특징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가치를 부여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언제나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가스라이팅 하면서까지도 ‘네가 잘못됐다’고 한다”고 분석했다. 

디스패치 캡처
김정현-서예지 문자 메시지 디스패치 보도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또한, 오 박사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제3자가 볼 때는 ‘아니 왜 그렇게 바보처럼 당해’ ‘헤어지면 되지’ ‘잘못됐다는 걸 왜 몰라’라고 하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며 ”왜냐하면 가스라이팅은 굉장히 친밀한 관계에서, 굉장히 잘해주고 좋았던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가해자의 아주 병리적인 특성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피해자 내면의 약한 특성이 마치 요철처럼 맞물리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KBS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출연한 오은영 박사 

더 나아가, 오 박사는 ”피해자의 피해는 회복될 수 있으나 가스라이팅 하는 가해자를 바꾸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힘주어 말했다. ”피해자가 사랑으로 가해자를 변화시킨다든가, 지금껏 당한 게 억울해서라도 상대방을 바꿔봐야지 하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 병리적 특성을 가진 가해자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불가능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게 오 박사의 단호한 조언이다.

다만, 가족관계 안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관계 단절이 결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오 박사는 ”조심스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밖에 없어’ ‘널 위한 사람은 나뿐이야’ 이런 것들은 좀 의심하고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불신은 가지는 게 좋다”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단단하게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곽상아: sanga.kwa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