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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자택 압류 '위법' 판결로 전씨의 밀린 추징금 991억원 환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씨가 사망하면 환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일부에 대한 검찰 압류가 위법하다고 결정하면서, 전씨의 추징금 2205억원 중 남은 991억여원의 환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희동 집이 전씨의 차명재산일지라도, 불법재산이 아닌 한 이를 추징하려면 ‘전씨 앞으로 명의를 먼저 돌려놔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유자 명의 이전으로 재산 환수 절차가 장기화되면 추징금 집행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20일 전씨의 아내 이순자씨 등이 ‘연희동 집 압류가 위법하다’며 낸 압류집행 이의 사건에서 “불법(재산)이 아닌 한 차명재산을 직접 압류할 수 없다”며 본채와 정원의 압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해당 부동산이 ‘불법재산’이려면 전씨가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이어야 하는데, 본채 토지(1969년)와 정원(1980년 6월) 취득이 전씨의 11대 대통령 취임(1980년 9월) 이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1987년 4월 등기를 마친 본채 건물은 “검사가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연희동 집이 전씨의 차명재산이 맞는다면, 채권자(국가)가 채무자(전씨)를 대신해 제기하는 ‘채권자 대위소송’을 통해 소유자 명의를 전씨 앞으로 돌린 뒤 추징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전씨 주변인 명의로 된 재산이 전씨의 차명재산임을 증명하고, 명의를 돌려놓는 절차를 밟은 뒤 추징하라는 뜻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의 자택 별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의 자택 별채. ⓒ뉴스1

 

전씨의 ‘환수 지연 전략’ 통했다

법원 판결은 소송을 통한 전씨의 ‘환수 지연 전략’이 일부 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씨 쪽은 그간 추징 과정에서 수차례 소송을 걸어 추징 절차에 제동을 걸어왔다.

2013년 전씨 장남 전재국씨가 검찰에 납부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등 환수에 협력하는 듯했지만, 연희동 집을 둘러싼 이번 재판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뿐 아니라 2018년엔 연희동 집 공매를 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취소소송도 냈다.

지난해엔 헌법재판소에 제3자 명의라도 추징금 환수가 가능하다는 ‘전두환 추징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기도 했다. 전씨 쪽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20일 법원 결정 뒤 “정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정의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해, 앞으로도 추징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환수 작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자칫 구순을 바라보는 전씨가 사망할 경우 환수 절차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법상 환수 의무자가 사망할 경우 미납 추징금 징수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천정배 전 민생당 의원이 지난해 말 전씨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도 미납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는 법원 결정 뒤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단순히 소유시기와 소유자만을 고려한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의 재항고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전씨에 대한 불법재산과 추징금을 모두 환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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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압류 #추징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