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분이셨던 아버지가 달라졌다”: 유기견 10년 넘게 키운 이 여성의 가족이 경험한 것 (인터뷰)

반려 다만세|유기견이었던 바다와 방울이를 지난 2009년 입양한 강도연씨

세상의 유기된 동물 전부를 구할 수 없지만, 동물 한 마리를 구조하면 그 생명체는 물론 그 주변의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유기동물과의 공존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사는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4월 22일 강도연씨 공방에서 만난 강도연씨와 소리, 방울이의 모습. 그 뒤로는 도연씨가 '바다'의 모습을 본따 만든 인형과 그동안 작업했던 인형들이다.
지난 4월 22일 강도연씨 공방에서 만난 강도연씨와 소리, 방울이의 모습. 그 뒤로는 도연씨가 '바다'의 모습을 본따 만든 인형과 그동안 작업했던 인형들이다.

반려가족 인형 공방을 운영하는 강도연(39)씨는 지난 2009년 유기동물 입양 사이트를 통해 바다를, 그리고 몇달 후 방울이를 데려왔다. 도연씨는 이전에도 지인 등을 통해 데려온 강아지를 여럿 키워본 경험이 있는데, 유기견 관련 공식 기관을 통해 입양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바다는 마냥 잘 놀고 참 무던한 강아지였어요. 바다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방울이를 데리고 올 용기가 없었을 거예요. (...) 몇달 후 바다를 데리고 온 곳에서 공고기간이 임박해온 방울이를 봤어요. 다른 강아지들과는 달리 혼자서 너무 편하게 자고 있는 모습에 데려왔지요.”

당시 집에는 반려견 백똘이와 소리가 있었는데, 오히려 이들이 있어 바다와 방울이의 적응이 더욱 수월했다고. “특히 첫째인 백똘이가 바다와 방울이를 정말 예뻐해 줬어요. 그래서 둘 다 똘이를 많이 따르고 좋아했죠.”

방울이와 백똘이 과거 모습, 바다 입양 직후 미용한 모습
방울이와 백똘이 과거 모습, 바다 입양 직후 미용한 모습

아이들은 순했고, 이전에도 강아지를 많이 키워봐서 그런지 별로 어려운 일은 없었다. 다만, 도연씨는 일부 사람들이 유기견에 대해 가진 편견에 놀랐다.

“유기견이 될 만큼 이상할 것이다, 나이 들었을 것이라는 편견들이 더러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도연씨는 개인적으로도 강아지를 많이 키워봤지만, 공방을 운영하기 전 반려견 미용사로 일하면서 다수의 품종견을 접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10년 넘게 (유기견이었던) 바다와 방울이와 함께 지내본 경험자로서 “품종견이나 유기견이나 별 차이 없다. 실제로 접하면 다 똑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제로 유기동물을 찾아보면, “어린아이들도 많다”고 도연씨는 덧붙였다.

바다와 방울이를 비롯해 강아지들의 이름은 모두 어머니가 지어주셨다고 강도연씨는 말했다. 사진은 강도연씨 어머니와 백똘이, 소리, 바다, 방울이.
바다와 방울이를 비롯해 강아지들의 이름은 모두 어머니가 지어주셨다고 강도연씨는 말했다. 사진은 강도연씨 어머니와 백똘이, 소리, 바다, 방울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도연씨는 직업도 바꾸었다. 미용 일을 하다 공방 쪽으로 전환한 것도 “강아지가 너무 좋아서”였다. 그녀는 “키우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다 못 키우니까, 제가 키우고 싶은 강아지를 다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옛날 분’이셨던 아버지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강아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원래 ‘개에게 돈을 왜 쓰냐‘고 생각하시던 분이셨는데, 백똘이가 장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자 “돈이 100만원이 들어도 좋으니 ‘백똘이’ 병을 꼭 고쳐야 한다”고 하셨다고. 그때 도연씨는 ‘아버지가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백똘이가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도 아버지께서 가장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일을 마친 저녁때면 혼자 소주를 드시면서 우셨던 기억이 나요. 그 후 반년이 넘게 ‘백똘이’와 비슷한 개가 없나 하고 한동안 ‘포인핸드(유기동물 입양 앱)’ 등을 보시곤 했답니다.”

“지금 아버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바다’인데요. ‘바다’와 함께 일하는 곳에 매일 출근도 하신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 눈에 붙은 눈곱도 떼어 주세요. 이제는 빗질도 하실 줄 안답니다.”
“지금 아버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바다’인데요. ‘바다’와 함께 일하는 곳에 매일 출근도 하신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 눈에 붙은 눈곱도 떼어 주세요. 이제는 빗질도 하실 줄 안답니다.”

백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현재 도연씨는 소리와 바다, 방울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어린 강아지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소리는 13살, 바다와 방울이는 11살이 됐다. “만 11살 ,13살이 강아지 나이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사람 나이로 계산 시 아무리 어려도 60중 후반에서 70살이니깐요. 하지만 그런 노견이 된 반려견이라도 저에게는 언제나 강아지 때 모습이 떠오른답니다.”

아이들이 노견이 되면서 가족의 생활도 조금은 달라졌다. “지금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여행을 가지 못해요. 누군가 한 사람이 노견이 된 소리, 바다. 방울이를 돌보아야 하거든요. 하지만 가족을 돌보는 일이라서 모두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서로의 스케쥴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반려견 셋을 집에 덩그러니 두고 어디를 간다는 것은 마음이 편한 일이 아니거든요.”

도연씨와 바다, 소리와 방울이
도연씨와 바다, 소리와 방울이

아이들에 대해 ‘강아지 털을 쓰고 있는 가족’이라고 애정을 전한 도연씨. 하지만 유기동물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동물 입양은 최대한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동물을 데려오기 전 충분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돈이 들어봐야 얼마나 들어가겠어’라는 생각으로 입양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동물도 사람처럼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할 수 있어요. (...) 행복하려고 데려왔는데, 내 생활이 무너지면 아이도 행복하기 어려워요. 아이한테 투자할 비용은 반드시 따로 마련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