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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전화 통화로 '협치' 앞세우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의 단독 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것은 당대표 당선 뒤 네 번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출처 :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출처 : 뉴스1

대통령실이 14일 윤석열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듭된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대통령실은 대신 정의당을 포함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다자 회동을 언급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이재명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 관한 취재진의 물음에 “(국민의힘) 비대위도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한 번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24일 영국·미국·캐나다를 방문한다. 전날 이 대표는 “민생에는 피아가 없다”며 윤 대통령에게 ‘민생 경제 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것은 당대표 당선 뒤 네 번째다. 특히 이진복 수석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사용한) ‘영수회담’이라는 구시대의 말을 쓰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처 :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처 : 뉴스1

이 대표가 제안한 윤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다자 회동 방식을 언급한 것이다. 이 수석은 회동 참석 대상으로 정의당까지 일컬어, 여야 대표·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의 ‘6+1’ 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 수석은 “해외 순방 이후 (회동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일대일 회동을 할 가능성을 닫은 것은 수사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거듭 요청하는 데는 검·경의 칼을 무디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고 여긴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한겨레>에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 거래를 하려고 한다는 시중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럴 때일수록 이 대표 자신이 (회담을) 하자고 하면 안 되지 않나”라며 “일대일 만남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출처 : 뉴스1
윤석열 대통령 출처 : 뉴스1

대통령실은 회동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수사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와 견줘 불공정하다는 식의 언급을 하면 김 여사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철저히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두며 민생과 외교 행보를 부각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회담을 제안하면서, 의원들은 김 여사 특검법을 밀어붙이며 매일 ‘윤모닝’ 하는 상황이다. 아직 협치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은 15일까지로, 이르면 이번주 중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겨레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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