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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안 보는 사람도 참고하면 좋을 '우영우' 속 정명석의 모습: '좋은 선배·어른은 어떠해야 하는가'의 정석이다

배려와 위트, 책임감이 넘친다.

강기영 변호사.
강기영 변호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내게도 저런 상사,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엔에이)를 보며 시청자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좋은 상사’ ‘좋은 어른’에 대한 기대다. 극 중 정명석(강기영) 변호사를 보며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필요한 선배, 직장 상사, 좋은 어른의 모습을 그린다. 정 변호사는 우영우의 성장을 돕는 시니어 변호사로 이상적인 직장 상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우의 오피스 대디’ ‘서브 아빠’라는 별명도 생겼다. 정명석이 우영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좋은 선배·상사·어른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보인다.

우영우와 강기영 변호사.
우영우와 강기영 변호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명석은 처음부터 우영우에게 마음을 연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우영우가 자신의 팀에 합류했을 때 장애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로펌 대표를 찾아가 항의했다. “자기 소개 하나 제대로 못하는 데… 저랑 다르지 않느냐”며 장애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영우에게 사건을 맡겨보고는 달라진다. 우영우가 형사 사건을 형법만 보지 않고 민법으로 바꿔 생각해 숨은 쟁점을 찾아내자, 자신이 편견에 사로잡혔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하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 “잘했다”라는 칭찬도 빼먹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사과할 줄 아는 상사의 모습에 시청자가 환호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이런 어른이 드물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무례한 기념 촬영이 논란이 되면서 정명석 캐릭터는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정명석은 자신보다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매너와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오히려 매너 없는 어른에게서 우영우를 지켜주기도 한다. 정명석은 재판정에서 만난 동기가 우영우를 보고 삿대질을 하며 “이 친구가 바로”라고 말하며 다가오자, 그의 손가락을 감싸며 화제를 돌린다. 매너 없는 어른으로부터 우영우를 지킨 것이다. 

우영우와 강기영 변호사.
우영우와 강기영 변호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도 그 책임을 후배에게 떠넘기지 않는 점도 정명석 캐릭터가 빛나는 지점이다. 로펌 한바다는 우영우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이 맡은 공익 사건으로 수억 원짜리 고객을 놓치게 된다. 이에 화가 난 동료가 후배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정명석을 찾아와 “그깟 공익 사건” 운운하며 막말을 쏟아낸다. 우영우와 최수연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선배가 곤란한 일을 겪자 연신 사과한다. 하지만 정명석은 고개를 숙이는 팀원들에게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는 식의 말로 책망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이건 신입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야. 내 불찰이지. 그래도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라고 생각하진 말자고. 뭐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그리고 난 밥은 못 먹겠다. 쪽팔려서 가야겠다.” 동료가 막말을 쏟아내도 할 말만 하고 참는 모습과 팀장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쪽팔려서 먼저 가겠다”는 위트까지…. 많은 이들은 이런 정명석의 모습에 환호했다.

우영우와 강기영 변호사.
우영우와 강기영 변호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팀원을 기다려주고 팀 내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점도 이상적 직장 상사의 모습으로 꼽힌다. 우영우는 장애에 대한 편견 가득한 세상 앞에서 사표를 던지지만, 정명석은 그 사표를 처리하지 않고 휴가·월차 처리하며 출근하지 않는 우영우를 기다린다. 이에 권민우(주종혁)는 우영우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냐고 말하지만, 정명석은 장애 때문이 아닌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권민우 변호사도 우 변호사한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이후 우영우의 변론을 지켜본 권민우는 정명석의 말뜻을 이해하게 된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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