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흥분하거나 큰 감정적 동요를 할 때마다 거대한 빨간 너구리 판다로 변하는 13살 소녀 ‘메이’의 이야기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빨간 너구리 판다‘는 정혈(생리)에 대한 은유이다. 주인공 메이는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가족 중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이 고대 ‘저주’에 맞서야 하는 내용이다. 산드라 오가 메이의 엄마 밍 역의 더빙을 맡았다.
디즈니와 픽사는 정혈은 빨간 너구리 판다로 표현하며 여성 청소년이 겪는 고충과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이 애니메이션을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부모 중에는 ‘대체 왜 어린이 영화에 정혈을 다루면서 ‘판다 영화‘로 포장하고 있는가?’라며 이 주제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에서조차 아직 정혈은 어린아이들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적절하거나 부끄러운 주제’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많은 청소년이 정혈을 시작하기 전에 아무 정보를 못 듣는다. 첫 정혈을 경험할 때, 갑자기 자신이 왜 피를 흘리는지 몰라 두려워하거나 당황하는 사례가 많다.
디즈니와 픽사가 이런 주제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건 용감한 시도이기도 하다. 부모와 청소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로체스터 대학의 심리학자인 주디스 스메타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 애니메이션은 청소년-부모 관계와 청소년 발달에 대한 정말 좋은 표현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는 현실적이며 부모와 청소년 간에 ‘대화’를 할 기회를 열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긍적적으로 반응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감독 도미 시는 폴리곤을 통해 ”정혈은 우리 미디어에서 여전히 부끄러운 주제로 여겨지고 금기시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걸 깨고 정혈에 관해 솔직한 대화의 장을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 프로듀서 린지 콜린스는 ”정혈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것이고 아직 겪지 않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신작은 정혈뿐만 아니라 사춘기를 겪으며 느끼는 다양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영화 내내, 메이는 변화하는 호르몬 수치와 함께 오는 어색함, 흥분 그리고 당혹감을 헤쳐나간다.
도미 시는 인디와이어를 통해 ”사춘기를 겪는 소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고 싶었다. 정혈, 첫사랑, 사춘기 등을 초기부터 남아낼 계획을 갖고 만든 영화다”라고 전했다. ”솔직한 인간적인 경험에 뿌리를 둔 이야기로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보호자 동반 연령 제한 없음(PG)’ 등급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위험 요소가 있었다. 여자 청소년이 처음으로 성에 눈을 뜨는 장면, 정혈 등 모두 논란 요소가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을 디즈니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큰 과제였다.”
도미 시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통해 소녀와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미디어에서 볼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정혈, 사춘기,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 모두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