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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하며 국민을 잘 모시겠다" 당선 직후 일성과는 전혀 달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지난 한 달

민심보다는 윤심이 먼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공동취재사진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시간’이 중반점을 맞는다. 당선을 확정 지은 지 한 달, 다음 달 10일 취임식까지 남은 시간도 딱 한 달이다. 지난달 10일 새벽 4시께, 당선을 확정 지은 그가 내놓은 일성은 “헌법 정신과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지난 한 달간 소통과 통합, 협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소통하겠다” 첫 약속…“결단 중요” 집무실 이전 밀어붙여

윤 당선자는 지난달 10일 새벽, 당선을 확정 지은 뒤 찾은 국회 개표상황실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많은 것들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대선 과정을 평가했다. 같은 날 당선 인사 기자회견에서도 “의회와 소통하겠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며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선 뒤 첫 현안으로 떠오른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는 국민 여론 수렴이나 합의 절차 없이 독단적 결정을 밀어붙이는 모습만 보였다. 그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여론이 과반인 점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결과 등을 따르는 것보다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탈청와대’의 이유였던 ‘국민 소통’에는 물음표가 붙게 된 상황이다.

 

“통합의 정치” 강조…다양성 실종·능력주의만 부각

윤 당선자는 자신의 당선 이유로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지난달 10일 기자회견)를 꼽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통합’하지 못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드러나면서 이런 약속은 빛이 바랜 모습이다. 인수위 내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윤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진 뒤 내부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사의를 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곧 발표할 초대 내각 하마평만으로도 여성과 청년 등 다양성이 실종되고 ‘능력주의’만 부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세대·지역·성별(을 따지기) 보다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워크 방안으로 (내각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0.73%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엇갈린 만큼, 대선 뒤 윤 당선자가 직접 ‘국민 통합’을 어젠다로 띄우고 상대 당 지지층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였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협치하겠다”더니 …우선순위 된 ‘당심 장악 행보’

정권 출범 뒤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윤 당선자지만, 지난 한 달간 이를 돌파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약속을 뒷받침하는 행보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윤 당선자는 당내 의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당심 장악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개된 오찬 회동 명단에는 상대 정당 인사가 없고,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 또한 보이지 않았다는 게 대표적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잇달아 당내·지방선거 후보로 등장하며 ‘윤심’을 앞세웠고, 윤 당선자가 당내 의원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적극적 행보를 주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상대 정당을 ‘협치의 대상’이 아닌 ‘대결 상대’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대선 구도가 연장된 모습이 형성되다 보니 여야 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신-구 권력 사이 갈등이 노출된 것도 이런 구도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선거 뒤 국방부 이전 계획을 밝히고 갈등의 축이 되면서 협치나 소통과 관련한 우려와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새 정부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방향성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만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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