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2년 01월 28일 13시 21분 KST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무속인 '건진법사'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당에 직접 가봤다(후기)

종적을 감춘 건진법사.

한겨레
18일 충주 일광사 석탑에 전씨와 그의 가족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고병찬 기자

“점 보러 온 사람들이 우리 회사 주차장에 주차하기도 하더라고요. 뭘 모신다고 하던데…”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골목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바라보며 주변 건물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냥 평범한 단독주택으로 보이는 이곳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전아무개(61)씨가 이곳에 법당을 차리고 유력 인사들과 교류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전씨의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전씨와 가족 이름으로 택배가 주기적으로 왔다. 전씨 가족이 운영했던 회사도 이곳을 주소지로 뒀다.

건진법사는 지난 17일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이 ‘고문’으로 활동하며 일정·메시지 등 선대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정국의 이슈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법사와 도사들을 윤 후보에게 소개했다는 주장과 윤 후보가 ‘무속인’에 둘러싸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인사(전씨)가 전국네트워크위원회에 몇 번 드나든 바는 있으나 선대본부 일정, 메시지, 인사 등과 관련해 개입할 만한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네트워크위원회를 해산했고 전씨와 관련된 인물들은 자취를 감췄다. 한겨레가 전씨와 관련된 역삼동 주택, 충북 충주 일광사 등을 찾으니 그와 관련된 흔적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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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충주 일광사에 걸린 현판. 고병찬 기자

건진법사 전씨 이름 쓰인 석탑만 덩그러니

국민의힘은 전씨가 무속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전씨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으로 (무속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씨의 스승이라고 알려진 혜우스님 원아무개(84)씨는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 전씨를 두고 “신내림을 받고 나한테서 자랐다”, “(전씨에게) 윤석열을 지키라고 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18일 혜우스님이 주지로 있고, 전씨가 소속되어 있다는 ‘일광조계종’의 본산 충주 일광사를 찾았더니 그곳엔 전씨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광사 대웅전 안 불단 위에는 ‘소원성취’와 전씨의 이름, 생년월일이 인쇄된 종이가 놓여 있었다. 야외엔 전씨와 가족들의 이름이 새겨진 석탑이 있었다.

혜우스님에게 전씨와의 관계와 정치권과의 인연을 묻기 위해 일광사에서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요양을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일광사에서 기거하고 있다는 60대 여성은 “스님이 나이가 많아 몸이 매우 편찮으시다”며 “어제(17일) 저녁에 병원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셨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혜우스님은 절에 자신의 승용차도 남겨 두고 떠났다.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27일까지 받지 않았다. 일광조계종과 대한불교종정협의회은 2018년 9월 충북 충주에서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등불축제’를 주관하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올려 동물 학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조계종 쪽은 “일광조계종은 조계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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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일광사 전경. 고병찬 기자

일광사에 주소를 두고 혜우스님이 이사로 등재된 ‘연민복지재단’은 김건희씨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세청 공익법인결산 공시를 보면 복지재단 설립 당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인 2020년 초까지 대표로 있던 ‘효림에이치에프’가 1억원을 출연하고,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 전시회를 후원한 한 건축 전문업체 역시 1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돼 있다. 전씨와 혜우스님, 김건희씨가 그동안 교류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기금을 출연한 당사자들은 ‘잘 모르는 일’, ‘복지사업에 쓰라고 돈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노인·장애인 등을 상대로 복지사업을 한다는 연민복지재단의 누리집은 최근 문을 닫았다. 재단 이사진에 이현동 전 국세청장 등 국세청이나 세무서 출신 인사가 다수 있는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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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와 가족들이 법당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 고병찬 기자

“유명한 점집이라던데…뭘 모시고 있다는 소문”

전씨 역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20일 이후 역삼동 단독주택을 찾을 때마다 항상 대문은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었다. 흰색 레트리버 한 마리만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담벼락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현관 오른편엔 한자 ‘일광’이 보이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일광사에서 본 현판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복수의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유명한 점집이라고 알고 있었다. 해당 주소지 인근 건물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점집으로 알려져 있다”며 “뭘 모시고 있다는 소문만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이곳을 ‘절간집’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동안 택배와 우편물이 주기적으로 왔는데 27일 찾아가 보니 현관 대문 앞에 놓인 물건은 없었다. 초인종을 누르면 들리던 레트리버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CBS와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가 지난 21~2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결과를 보면, 윤 후보의 ‘무속신앙 및 무속인과의 관계가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0.7%로 나타났다. 김건희씨와 이아무개 서울의 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에서 언급된 역술인과의 인연도 윤 후보와 김건희씨를 둘러싼 ‘무속 논란’에 대한 의구심을 사그라들지 않게 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청 공익법인결산서류 공시에 적시된 ‘연민복지재단’ 설립시 출연자 명단.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