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21일 14시 24분 KST

코로나19는 HIV처럼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병이 될 것인가?

건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임대인 구제, 식량 원조, 실업 대책이다

ILLUSTRATION: ISABELLA CARAPELLA/HUFFPOST; PHOTOS: GETTY IMAGES
isabella carapella

사회 불평등의 가속화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사회 계층간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미국 내에서도 가장 소외된 최빈국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급증했다. 라틴계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지만 무려 코로나19 감염자 중 33%가 라틴계였다. 미국 흑인들은 사망할 확률이 거의 두 배였으며, 코로나19로 입원할 확률은 세 배 더 높다고 나타났다. 죄수, 농장 노동자, 고기 포장업자 등 대체로 가난하고 소수민족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코로나 감염률을 보였다.

이 패턴은 이미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서도 나타났다.

‘항 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이 개발되기 전에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도시에 집중되었고, 비교적 광범위한 인종과 다양한 소득계층 및 게이 남성과 마약 사용자의 삶을 황폐화시켰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에이즈는 거의 전적으로 농촌 빈민들과 유색인종들이 가장 고통받는 질병이 되었다.

2018년 발표에 따르면, 유색인종이 미국 내 새로운 HIV 감염의 69%를 차지했다. 그 중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인은 각각 550%와 80% 확률로 에이즈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백인보다 크다고 나타났다. 2016년 신규 HIV 감염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즈, 미시시피주 잭슨, 테네시주 멤피스 등이었다. 2018년 샌프란시스코는 전체 주민 수가 뉴올리언스주보다 2배 많음에도 불구하고 뉴올리언스주보다 약 절반 가까이 더 많은 새로운 HIV 확진자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실수 

HIV 전염병학자인 워싱턴대 공중보건대학의 제라드 베이튼 부학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핫스팟’ 지도 위에 HIV 전염병 감염률 지도를 올려놓으면 그 동선이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격차라는 단층선을 따라 이동하는 또 다른 질병이 되고 있다”

미국의 정책 실패로 HIV는 더욱 사회적 약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병이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여러 미래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이미 HIV 같은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많은 HIV 연구원들이 격분하고 있다”라고 에이즈 연구 재단인 amfAR의 부사장이자 공공 정책 이사인 그레그 밀레트는 말했다. ”우리는 HIV 사태를 이미 겪었고, 미국의 코로나19 정책에서도 또다시 같은 실수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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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단체인 ACT UP은 1980년대 내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마약 승인 과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의료시스템은 HIV 치료에 실패했다

‘퍼펙트 프레데터(Perfect Predator)’의 저자인 스테파니 스트라스디 캘리포니아 의대 전염병학자는 ”에이즈가 유행하던 초기에 연구자들은 이 바이러스를 개인의 행동 문제로 보았다”고 말했다. 남자가 남자와 섹스를 하고, 통념을 깨고, 콘돔 착용을 거부하고, 마약 복용자들은 깨끗한 주삿바늘 사용을 거부했다는 게 요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과학자들은 이러한 행동들이 더 큰 경제적, 사회적 요건의 산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많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들이 HIV 테스트에 접근할 수 없었고 감염 상태를 모른 채 몇 년을 보냈다. 많은 마약 사용자들은 깨끗한 주삿바늘을 살 여유가 없었거나 주사를 할 안전한 장소가 부족했다. 

스트라스디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줄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회적 조건 역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전염병학자들이 ‘위험을 줄이는 접근법’을 채택하도록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인들은 HIV 위험을 증가시키는 광범위한 사회적 조건을 바꾸기를 거부해왔다. 2018년 미국의 HIV 연관 사망자는 1만5820명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합친 것보다 10배 많았다. 미국보다 인구가 3분의 1이 더 많은 유럽연합 전체에서 에이즈 사망자는 2,900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차이는 현재 코로나19 대처 방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HIV에 걸린 일반 사람들은 진단을 받기까지 3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주로 건강 관리에 대한 접근성의 부족으로 생기는 지연이다. 진단 후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도 많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도 건강보험을 잃거나 진료소와 거리가 멀어 정기검진을 받기 어려워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

이러한 의료 장벽 앞에 수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어려워한다, 서유럽에서는 HIV 확진을 받은 성인 95%가 치료를 받아, 병이 없는 일반인과 같은 평균수명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꾸준히 치료받으며 일반인과 같은 평균 수명을 기대하는 인구의 비율이 53%밖에 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치료 방법의 부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HIV 감염을 예방하는 알약인 사전노출 예방제도 2012년부터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은 그러한 치료법에 접근할 수 없다.

 

질병이 생물학적 문제에서 인간적인 문제가 되는 순간, 바로 그때부터 불균형이 시작된다"

″이게 우리 사회의 본질이다. 질병이 생물학적 문제에서 인간적인 문제가 되는 순간, 바로 그때부터 불균형이 시작된다”라고 베이튼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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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온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노숙자들을 주차장으로 옮겼다.
인종별 감염 격차는 개인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결정요인 때문"

밀레트는 “HIV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지역사회가 어떻게 유색인종을 더 높은 위험에 빠뜨리는가?’라고 물으며 몇 년을 연구했다. 인종별 감염 격차는 개인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결정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결국 밝혀냈다”

HIV의 사례로 볼 때,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은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설사 연구원들이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환자는 수천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의료보험 가입자만 분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독감 백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약에도 정기적인 주사가 필요할 수 있다. 가난한 소수인구는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

″예전에 사람들은 HIV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받으면 HIV를 끝낼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치료 방법 개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고 밀레트는 말했다.

 

의료 격차 해결이 필요하다

산모 사망률, 고혈압, 오피오이드 중독 등 수많은 여러 조건들이 미국의 경제적 불균형을 드러낸다.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이 되는 이런 여러 조건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증상학’과 관련이 있다. 이런 조건들이 가난한 소수인구에 집중된다는 점이 큰 사회적 문제이다.

‘오피오이드 전염병’은 정신질환, 약물중독, C형 간염, HIV를 포함하는 상호 관련 전염병들의 집단이다. 이런 질병이 유행하는 도시들의 전형적인 특징은 높은 빈곤율, 낮은 수준의 건강관리, 그리고 공격적인 치안 활동이다.

희망적인 사실은, 이러한 문제는 근본 원인을 공격하는 정책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HIV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바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렴한 의료법’이 생기고, ’메디케이드 프로그램(미국 내 소득이 빈곤선의 65% 이하인 극빈층에게 연방 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을 확장하기 위해 이 법을 사용한 주들은 질병 검사 비율을 증가했다. 바로 흑인 환자들에게 큰 효과를 보였다. 법이 통과된 후, 몇 년 동안, 전국적으로 HIV에 걸린 후 메디케이드의 도움을 받은 사람의 수가 33% 이상 증가했다.

다른 사회정책도 큰 영향을 미친다. 33개 연구에 대한 글로벌 검토 결과, 더 많은 복지 급여를 받은 근로자들은 실직 후에도 정신 건강 문제를 비교적 적은 비율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대불황기에 실업급여를 많이 주는 주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병원을 찾아 암 검진을 받는 비율이 더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살률을 낮추고 조산 방지, 흡연 감소 등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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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속 실업급여나 푸드뱅크의 이용 가능성 등의 사회정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만약 미국이 미국 내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처방안을 아무리 내놓아도 이는 제한적인 해결 방안일 수밖에 없다. 지난 25년간의 HIV 연구가 보여주듯이, 사회적 고려 없이, 특정 질병만을 목표로 하는 방안은 환자들이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과 치료 비용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직면함에 따라 결국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런 이해 없이 보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긴급한 개입 방법이 마치 그 전염병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보스턴 대학의 역학학자 줄리아 라이프만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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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과 마스크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은 임대인 구제, 식량 원조, 실업 대책이다”라고 라이프먼은 말했다. ”만약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재정 지원을 못 받는다면, 그들은 결국 노숙자가 된다. 대피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렵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HIV 대응에서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경험했다. 성공 사례로, HIV 전염병은 공중 보건 캠페인에 혁명을 일으켰다. 콘돔 유통에 성공한 사례를 본보기로 마스크 유통도 크게 늘려야 한다. 미국 1990년대 퀴어 운동가들은 ‘생명을 구하는 약’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가속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로비를 했다. 그러한 과정들 중 생긴 많은 것들이 현재 코로나19 치료법을 빠르게 개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배텐은 “HIV 치료의 최전선에 있던 역학학자들과 연구자들이 현재는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비슷한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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