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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14일 17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14일 17시 10분 KST

위근우가 기안84 사과문 첨삭하면서 "귀여움으로 어필한다는 구상부터 여성혐오"라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 위근우가 그의 사과문 속 문장을 하나하나 바로잡았다.

뉴스1
기안84

 

웹툰작가 기안84가 최근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에 사과한 가운데 칼럼니스트 위근우가 그의 사과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위근우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안84의 사과문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면서 그의 사과문 속 문장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는 기안84의 사과문 첫 문장에 대해 위근우는 ”본인 잘못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심려’는 걱정이다. 사람들은 (이번 논란에) 빡친 거지 걱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웹툰
논란이 된 웹툰 장면. 여성 인턴사원 '봉지은'이 회식 때 배 위에 조개를 올려 깨뜨린 뒤 대기업 정직원이 된다. 조개를 깨는 데 사용된 기다란 물체는 남성의 성기를, 봉지은의 행위는 상사와 성관계를 떠올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웹툰에서 봉지은은 입사 후 회식자리에 있던 40대 팀장과 연인이 된다.

 

기안84가 문제가 된 장면에 대해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하려고 했다’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선 ”풍자는 약자가 아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하는 강자를 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근우는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어필한다는 그 구상부터 여성혐오”라면서 ”이번 에피소드는 그냥 날리거나 아예 새로 그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해야 했다’고 반성한 부분에 대해선 ”왜 몇번이고 비판을 받았는데도 그대로일까”라고 반문하면서 ”본인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닌지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게 먼저 아닐까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앞서 기안84가 웹툰 ‘복학왕’에서 여성이 성 상납을 통해 취직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에피소드가 그린 게 논란이 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기안84는 문제가 된 회차 말미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안84 사과문, 괄호는 위근우의 첨삭 버전. 

안녕하세요. 기안84입니다.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담은 묘사로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남자 상사의 호감을 얻어 정직원이 된다는 지난 회차의 설정은 여성이 능력 대신 성적 매력으로 편하게 일자리를 얻는다는 여성혐오적인 통념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만약 개그만화로서 사회 풍자를 한다면 그런 약자로서의 여성 신입사원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남자 상사를 비꼬았어야 했는데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을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봉지은의 귀여움을 수달로 비유하는 과정에서 조개를 깨는 모습을 그렸던 것이지만, 조개든 대게든 여성이 귀여움으로 남성 상사에게 어필한다는 묘사 자체가 현재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여성 직장인들에 대한 모욕이었음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장면들에 대해 급히 대사 수정 및 추가 작업을 했지만, 처음 접근부터 잘못되었기에 해당 ‘광어인간’ 에피소드는 삭제 후 새 에피소드를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유료 구매에 대해서는 환불 조치 하겠습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껏 몇 번이나 여성비하, 장애인 비하에 대한 지적을 받았으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단순히 작품의 창작이 아닌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 깨닫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 작품을 보고 불쾌하셨던 분들, 그리고 제 작품 속 묘사를 통해 본인의 삶을 모욕당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