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는 임산부·영유아를 위한 특별한 택시가 있다

심지어, 무료다.
18일 오전 은평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 앞에서 아이맘택시 기사 김복섭씨가 엄마와 10개월 된 아기가 차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18일 오전 은평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 앞에서 아이맘택시 기사 김복섭씨가 엄마와 10개월 된 아기가 차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18일 오전 은평구 응암동 한 아파트 정문 건너편에 서 있는 흰색 미니밴이 눈에 띈다. 귀여운 자동차 캐릭터와 아이맘택시 로고를 래핑한 새 차다. 아이맘택시는 임산부와 영유아가 예방접종, 검진 등으로 병원에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은평구의 무료 탑승 서비스 택시다. 기사 김복섭씨는 예약 시간 10분 전 도착해 이전 이용자가 손을 댄 부분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렸다. 자동차 문을 열어 환기하고 아기와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예약자인 박민서(가명)씨가 나오는 길에 확인 전화를 하자 김씨는 부드러운 말투로 응대했다.

은평구가 1년 고민 끝에 선보인 택시

태어난 지 10개월 된 가은이(가명)는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아주 오랜만에 외출했다. 아기 띠에 매달려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김씨는 아기와 엄마가 차에 안전하게 탈 수 있게 도운 뒤 운전석으로 돌아가 출발을 준비했다.

11인승 승합차의 공간은 넓고 쾌적했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렀다. 뒷좌석엔 아기와 엄마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병원을 오가도록 물품을 갖췄다. 카시트는 아이가 엄마를 볼 수 있는 회전형이다.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손소독제가 콘솔 트레이에 가지런히 놓였다. 아이가 토할 때 쓸 비닐봉지를 넣은 파우치가 좌석 포켓에 들어 있다. 차량 뒤 칸엔 유모차를 넣을 넉넉한 공간이 있다. 운전석 뒤에는 투명 가림막이 쳐졌다.

은평구는 8월31일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전용 차량과 전담기사를 갖춘 아이맘택시를 선보였다. 지역 택시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추진했다. 현재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산부가 이용할 수 있는 차량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개 기존 택시를 이용하고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경기도 안산시(행복택시)는 임산부들이 산부인과 병원을 갈 때 100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부산시(마마콜)는 임산부의 콜택시 이용료 65%를 지원한다. 은평구처럼 전용 차량과 전담기사를 꾸려 운영하는 방식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아이맘택시 사업이 나오기까지는 1년이 걸렸다. 지난해 이맘때 은평구 가족정책팀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은평구의 합계출산율은 현재 서울 평균에도 못 미친다. 2013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는데 2018년 0.7명대, 2019년 0.6명대까지 떨어졌다. 구의회에서도 저출산 극복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 차량, 전담 기사

가족정책팀원들은 자치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윤미경 은평구 가족정책팀장은 “임산부와 1~2살 영유아를 둔 엄마는 검진, 예방접종 등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는데, 이들이 혼자 갈 때 겪는 불안과 불편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택시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덜어주는 무료 이동 서비스를 기획했다.

우선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사업 승인을 받아야 했다. 신청 5개월 만인 지난 4월 승인이 떨어졌다. 서울시와 자율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는 대형승합차 사용 협의를 거쳤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윤 팀장은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와 영유아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사업계획을 더 꼼꼼하게 세웠다”고 했다.

올해는 임산부와 12개월 이하 아기 4400명을 대상으로 정했다. 4대의 전용 미니밴과 4명의 비흡연 전담기사를 확보해 운영할 택시회사를 공모했다. 수익성 사업이 아니다 보니 공모 참여업체가 2곳밖에 없었다. 다행히 요건을 갖춘 택시회사가 선정돼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사업비는 이용요금(1회 6천원)과 필요경비 일부(연 1억1만원 정도)를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구성했다. 예산은 전액 구비다.

아이맘택시 기사 김복섭씨가 예약자를 기다리면서 이전 이용자의 손길이 닿은 곳들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있다.
아이맘택시 기사 김복섭씨가 예약자를 기다리면서 이전 이용자의 손길이 닿은 곳들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있다.

비대면 시대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앱 시스템을 갖췄다. 모빌리티 공유업체 마카롱과 연계해 전용앱 ‘마카롱 나무(NAMU)’를 만들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에서 마카롱 나무를 내려받은 뒤 회원 가입하면 된다. 제출서류인 주민등록등본, 산모 수첩 등은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회원 승인은 대개 반나절 안에 이뤄진다.

예약 신청은 탑승 3일 전부터 할 수 있다. 3시간 전까지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다. 출발지가 은평구 관내이면 되고 거리는 8㎞ 이내다. 바우처(쿠폰) 형태로 올해는 연 8회(1인 기준) 쓸 수 있다. 이용 뒤 증빙자료(진료 영수증이나 확인서 등)를 제출해야 다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은이 엄마 박민서씨는 은평구청 블로그에서 아이맘택시 소식을 봤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회원 가입을 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두어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승인 알람이 떴다. 가은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날 3일 전에 예약 신청을 했다. 돌아오는 편도 같이 예약했다. 박씨는 “신청을 마치니 배차가 이뤄져, 차량번호와 기사 이름이 바로 떠서 편리하고 믿음이 갔다”고 했다.

3주차에 회원가입 500명

아이맘택시 기사 김복섭씨는 7월에 이틀동안 교육받았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의 대형승합차 운전자 교육이었다. 은평구청에서 따로 2시간 교육을 받았다. 만삭 임신부 체험을 곁들여 임산부가 탑승할 때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배웠다. 김씨는 “친절교육에서 손님 응대 방법, 대화 자제 등의 준수해야 할 수칙을 알려줬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 임산부와 영유아, 가족 이외엔 차량에 절대 태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이맘택시 이용법 
아이맘택시 이용법 

서비스 개시 3주 차에 회원 가입은 500명 가량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40% 정도인 200명이 이미 서비스를 이용했다. 아이맘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은평구는 대상자 가정에 안내 우편물을 보냈다. 구청 누리집, 블로그 등에도 올렸다.

아이맘택시를 이용한 주민들의 이용 소감이 개인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만삭 임신부는 블로그에 “막달 검사라 힘들었는데 너무 좋았다”며 “이렇게 편하게 진료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감동했다. 그는 “이용 횟수가 8번밖에 안 되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 블로거는 “은평구로 이사 온 지 몇 년 안 되는데 아이맘택시를 이용했다”며 “최근엔 디지털체온계도 모든 가구에 보낸다고 해 사는 동네에 점점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박민서씨도 “처음 이용한 아이맘택시 덕분에 가은이와의 힘든 병원 나들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오랜만에 외출한 가은이는 병원에 들어서고부터 내내 소리 내 울었다. 아기 띠 속에서 발을 버둥거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아기를 보며 엄마도 무척 힘들었다. 경황 없이 주사를 맞히고 기진맥진해 병원을 나왔다. 대기하고 있는 아이맘택시에 올라타 자리에 앉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은평구는 이용시간 분산 권유 등 운영방식을 보완해가며 신청자들이 최대한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내년엔 예산을 확보해 대상을 24개월 아기로 넓히고 이용 횟수는 연 10회로 늘릴 계획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아이맘택시 사업은 은평의 대표적 포스트 코로나 사업으로 올해 사업 모니터링 결과 호응도가 높으면 차량 대수를 늘려 대상자와 이용 횟수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역 병·의원 이용으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의 자치구들은 저출산 극복 대책을 마련하고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애쓰고 있다. 출산장려금, 난임 시술비, 산후조리비 지급에서 산후조리 건강관리사, 가사도우미 지원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