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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실점' 송창식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주나

  • 허완
  • 입력 2016.04.15 05:23

"마운드 위에서 기분이 어떻겠나".

14일 대전 한화-두산전. 두산이 경기 초반부터 대폭발하며 5회까지 16-2로 크게 리드했다. 한화 마운드에는 마당쇠 투수 송창식(31)이 있었다. 그는 0-1로 뒤진 1회 2사 만루에서 5회가 끝날 때까지 4⅓이닝 동안 90구를 던지며 무려 12실점을 내줬다. 홈런 4개 포함 안타 9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송창식은 이날 경기가 시작된 1회부터 외야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선발 김용주가 흔들릴 때를 대비해 누구보다 빨리 움직였다. 이미 전날인 13일 두산전에서 구원으로 ⅔이닝 15구를 던진 송창식에게 이날은 2일 연투 경기였다. 김용주가 선취점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예상대로 송창식이 올랐다.

그러나 송창식은 첫 타자 오재일에게 우중월 만루 홈런을 맞았다. 4구째 139km 속구가 가운데 낮게 들어갔지만, 힘이 없었는지 오재일의 배트에 제대로 걸려 넘어갔다. 2회에도 김재호에게 던진 초구 가운데 높은 136km 속구가 좌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됐다. 2회에만 추가 3실점하면서 스코어는 0-8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송창식은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연이어 수비 실책이 나오며 5실점했다. 13점차가 됐지만 평소 쉴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인 한화 불펜은 어쩐 일인지 미동도 없었다. 송창식은 4회 김재환, 5회 민병헌에게도 각각 솔로포·투런포를 허용했다. 김재환에게는 몸쪽 낮은 134km 속구, 민병헌에게는 가운데 몰린 133km 속구가 모두 홈런으로 연결됐다. 5회 마지막 타자가 된 오재원을 루킹 삼진 잡은 뒤에야 가혹했던 투구가 끝났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모 야구인은 송창식에 대해 "마운드 위에서 기분이 어떻겠나. 투수는 저런 순간에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벤치에서 더 실점하기 전에 빨리 교체를 해줘야 했다. 송창식이 저렇게 쉽게 흔들릴 투수가 아닌데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게 뒤진 상황, 주말 3연전을 생각하면 투수를 최대한 아껴야 하는 팀 사정도 있었지만 송창식에게 너무도 길고 가혹한 시간이었다.

특히 구위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게 시범경기에서 선발로만 등판한 송창식은 시즌 첫 3경기를 구원으로 나왔다. 그러다 지난 9일 마산 NC전에 선발등판했지만 13~14일 두산전에는 연이틀 구원으로 투입됐다. 실제 경기에 나오지 않아도 불펜에서 몸만 풀다 들어간 것도 부지기수. 언제 어떤 상황에 투입될지 모르는 송창식이 최상의 구위와 밸런스를 유지하기란 어려웠다.

개인 최다이자 KBO 역대 4번째 많은 한 경기 12실점으로 무너진 송창식이지만 한화 팬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에게 비난하지 않았다. 한화에 특별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2004년 신인으로 입단해 8승을 올리며 선발 유망주로 떴으나 팔꿈치 수술과 손가락 혈행장애로 한동안 공을 놓아야 했다. 2010년 선수로 돌아온 뒤 각고의 노력으로 혈행장애를 극복하며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2012년 특급 불펜으로 활약했으나 2013년 잦은 등판 때문에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그 후유증으로 2014년에는 구위 저하로 고전했지만 2015년 선발·구원을 가리지 않는 마당쇠로 팀에 기여했다. KBO리그 처음으로 10경기 이상 선발등판에 50경기 이상 구원등판이란 진기록까지 세울 정도였다.

올해는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팀을 위해, 후배들에게 애정을 갖고 쓴 소리도 할 줄 아는 선수다. 그러나 14일 두산전은 그동안 팀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해온 송창식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그가 하염없이 안타를 맞고 홈런을 허용할 때도 대전 홈구장 관중들은 "송창식 파이팅!", "힘내라 송창식!"을 외치며 응원했다. 송창식이 덕아웃을 봐도 벤치는 응답이 없었다. 그의 투구를 애처롭게 지켜본 한화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안타까움과 분노 일색이었다. 팬들만 송창식의 상처를 치유해줘선 안 될 것이다. 팀은 선수의 몸과 자존심을 지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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