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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는 청해진해운이 직접 내렸다

  • 원성윤
  • 입력 2016.03.29 07:25
  • 수정 2016.03.29 07:34
ⓒ연합뉴스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 대기방송을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시했다는 정황은,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드러나지 않다가 28일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처음 나왔다. 청해진해운이 이런 지시를 내린 이유 등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진술을 한 것은 조준기 조타수다. 조씨는 특조위 조사 과정에서 강원식 1등 항해사가 회사(청해진해운)와 통화한 직후 ‘해경이 올 때까지 선내에서 대기하자’고 말했다고 증언한 뒤 “배는 상명하복이 강해서, 선사의 지시를 받은 것 같은 강씨가 명령조로 얘기했고, 다른 선원들도 선사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차 청문회 제2세션에서 이준석 선장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실제 강씨는 청해진해운 해무팀의 홍영기 대리와 참사 당일 오전 9시15분에 3분여 동안 통화했다. 홍씨는 검찰 조사 때 당시 통화에서 “‘배가 기울어 있다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자, 강씨가 ‘움직일 수 없다, 배가 누워 있다’고 답했다”며 “‘긴급방송은 했느냐, 구명조끼는 착용시켰느냐’고 물었을 때 (강씨가) ‘움직일 수 없다’고 울먹이며 답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항해사들이 회의를 한 정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당시 세월호 주변에 있던 둘라에이스호는 “승객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월호 선원들은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조씨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선장 판단 아래 퇴선시키라’는 교신 직후에 박한결 3등 항해사를 제외한 3명이 의견을 나눴고, 그 결과 대기시키자는 결론을 냈다”며 “박경남 조타수도 맞장구를 치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가 29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 홀에서 열리고 있다. 방청석에 자리한 유가족이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조타실에 있던 누군가가 ‘승객을 물에 빠뜨릴 경우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을 했다”며 “승객들을 바다에 빠지지 않게 하고 해경이 오면 인계하겠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씨는 “회사와 통화한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항해사들끼리 회의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선내 대기방송을 했던 여객부 선원 강혜성씨의 진술도 선사의 지시 정황을 뒷받침했다. 강씨는 “양대홍 사무장이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다.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를 입히고 기다리라’는 지시를 했다”며 “9시26분께 양 사무장이 무전으로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양 사무장이 조타실 근처에 있으면서 조타실의 회의 결과를 듣고, 본인과 지시관계에 있고 방송을 하고 있던 강혜성씨에게 연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석 선장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에 대해 강원식 1등 항해사는 “회사와 했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조타실에서 회의를 한 사실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이 정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열쇠를 쥔 양 사무장은 참사 당시 숨졌다. 특조위는 ‘선내 대기방송’ 관련 조사를 1호 진상규명 사건으로 삼고 진상규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선내 대기방송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조위는 29일 세월호 증개축 과정과 화물 과적 문제를 비롯해 운항관리 점검 부실 여부와 인양 절차 등에 관해 청해진해운·해운조합·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을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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