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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정해진 답안을 추구하는 교육의 무용성을 알려준다. 답이 있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경우, 이제는 검색하면 그만이다.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교육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알려준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기계가 더 뛰어날 수밖에 없는 국영수 대신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 구본권
  • 입력 2016.03.18 11:59
  • 수정 2017.03.19 14:12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가 열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대국장에 지난 15일 대국에 사용된 바둑판과 알파고의 명예 9단증, 이 9단이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인을 해서 선물한 바둑판 등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따라잡기와 속도 측면에서 으뜸인 한국은 '알파고 충격'에 대한 대응도 발빠르다.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존방법이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인공지능 특집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서점가에선 관련 서적 판매 부수가 치솟고 있다. 대통령은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대비를 강조했고, 담당 부처는 서둘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2018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의무화하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과 불안은 프로그램 코딩 교육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의 인공지능은 컴퓨터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 수 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더 대중화되면 정보검색사가 인기 직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정보검색사 자격증 열풍이 일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된 지금, 정보검색사는 사라진 직업이 됐다. 인공지능 시대는 변화 속도와 범위가 다르다. 정해진 목표와 정답을 가르치고 요구하는 방식도 유효하지 않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정해진 답안을 추구하는 교육의 무용성을 알려준다. 그런데도 현실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의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밝힌 것처럼 최고 점수는 "교수의 말을 토씨까지 적고 답하는" 학생들이 받는다. 답이 있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경우, 이제는 검색하면 그만이다.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교육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알려준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기계가 더 뛰어날 수밖에 없는 국영수 대신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4번째 대국에서 인간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길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그동안 프로 바둑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그래서 알파고가 수천만건의 기보 학습을 통해서도 배울 수 없던 '신의 한 수 백78'이다. 인공지능을 능가한 것은 기계보다 빠른 연산력이나 직관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사고를 통해 찾아낸,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창의적 길이었다.

이혜정 소장은 "현존하는 직업을 준비하는 우리 교육은 인공지능에 백전백패할 인력만 양성하고 있다. 새 직업을 발굴하고 만들 수 있으려면 기존 정보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볼 수 있도록 각자의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창의적·비판적 사고력의 배양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수용적 학습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게 문제다.

알파고는 교육과 학습의 혁신이 비단 학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준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빠르게 단축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고교·대학 등 인생의 특정 기간에 배운 내용으로 버틸 수 없다. 이 9단은 "4개월 전 판후이 2단과의 기보를 보건데, 나와 상대할 실력이 못된다"고 말했지만, 알파고는 사람이라면 1000년 걸릴 100만번의 기보 학습을 단 4주 만에 마쳤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짜 위험은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류가 멸망하는가의 문제보다 기계는 쉼 없이 배우는데 사람이 학습을 안 하거나 포기하는 현상이다. 하버드대의 복잡계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은 자신의 저서 <지식의 반감기>에서 "갈수록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진다"고 강조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생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체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알파고 충격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대신 최대한 이해하고 학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알려준다. 작동 방식을 모르고 통제할 수 없는 힘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걸 설계하고 소유한 세력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가 구글에 인수되는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인공지능의 악용을 막을 윤리위원회의 신설과 실행이다. 'K-알파고'를 외치기에 앞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평생학습 시스템 구축과 윤리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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