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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5일 10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6일 14시 12분 KST

국회의원이 그렇게도 좋다는 말인가

축구인이 정치 못하라는 법 없다. 바둑인이 정치 못하라는 법 없다. 씨름 장사가 정치 못하라는 법도 없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정치 못하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란 함부로 할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드는 자리가 국회의원 아닌가. 그것은 참으로 엄중한 자리다. 그것은 참으로 책임 있는 자리다. 전직이 무엇이든 이런 자리로 가기 위해선 그 능력이 구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이야기라도 있는가.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남모르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는 소리 말이다.

연합뉴스

허정무가, 조훈현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만기는 저 남쪽 고향에서 지금 맹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문대성은 부산에서 인천으로 올라 와 재선을 도모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게 여당으로선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유권자들의 표를 받는 게 필요하다면 아예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로 당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안방극장의 최고 스타, 천만 관중을 몰고 다니는 최고의 영화배우, 동남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한류바람을 이끄는 걸 그룹,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하는 야구선수, 유럽 빅리거로 진출한 축구선수들이 총 출동한 정당 말이다.

그래서 이들 스타들로 하여금 국회를 점령하도록 하자. 국회 의사당에선 대정부질의, 필리버스터링 이딴 것 하지 말고 걸 그룹이 나가서 공연을 하고 야구장과 축구장에선 국회의원들이 지지자들과 야구, 축구를 하자. 세상이 얼마나 재미가 있겠는가. 그렇잖아도 재미없는 세상인데...

입법활동은 어떻게 하느냐고? 별 문제없다. 입법 컨설팅 회사를 만들면 된다. 법 만드는 기술자는 얼마든지 있다. 돈만 주면 원하는 법률 무엇이든 만들어줄 수 있다. 나도 그런 회사 하나 만들 수 있다. 1억 원 정도 주면 끝내주는 법률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범죄가 많다고? 그럼 범죄방지법을 만들어 주겠다. 요즘 젊은 것들이 부모에게 효도를 않는다고? 그럼 불효방지법을 만들어 주겠다. 그럼 세상은 편해지고... 여기 대한민국이 지상낙원이 되지 않겠는가?

정말 그런 국가를 만들고 싶은가?

나는 이제껏 허정무가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국민대표로서 의정활동을 할 만한 자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나는 조훈현이 바둑의 고수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정치인으로서 국회에 들어가 무슨 일을 할 만한 인물이란 소리를 들어본 바가 없다. 나는 현란한 씨름기술로 사람들을 열광시킨 이만기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 아는 바가 없다. 나는 문대성에 대해선 돌려차기 한 판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과 표절논문 논란으로 지난 4년간 제대로 국회의원 노릇하지 못한 것 외에는 알지 못한다.

축구인이 정치 못하라는 법 없다. 바둑인이 정치 못하라는 법 없다. 씨름 장사가 정치 못하라는 법도 없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정치 못하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란 함부로 할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드는 자리가 국회의원 아닌가. 그것은 참으로 엄중한 자리다. 그것은 참으로 책임 있는 자리다. 전직이 무엇이든 이런 자리로 가기 위해선 그 능력이 구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이야기라도 있는가.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남모르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는 소리 말이다.

선거철이 되어 정치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것만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게 없다. 이것이 통한다는 말은 유권자들의 수준이 그저 '어리석은 백성' 그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대학진학률이 단연 제일이다. 우리보다 잘 산다는 독일이나 북 구라파 국가도 대학진학률에선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이런 공천이 이루어진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다. 아무리 배워도 정치의식은 키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앞날에 어떤 정당이, 어떤 후보자가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공천의 종국적인 책임은 정치의식이 꽝인 우리들 유권자들에게 있다.

정치의식이 낮은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해도 이들 개인에 대한 책임이 면책될 순 없다. 이들은 모두가 한 분야에서 최고의 고수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이다. 축구선수라면 허정무처럼 되는 게 꿈이다. 바둑인이라면 조훈현 같은 프로가 꿈이다. 씨름 선수라면 이만기같은 불세출의 천하장사가 되는 게 꿈이다. 태권도 선수라면 문대성같은 올림픽 참피언이 되는 게 꿈이다.

그 정도가 되면 설혹 어떤 이상한 당에서 공천해주겠다고 해도 "저는 평생 정치와는 무관한 곳에서 일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제가 국회에 가는 것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저는 평생 제가 해 온 일을 하겠습니다."라는 말 정도는 당당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게 그동안 그들을 사랑한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도대체 이들은 국회에 왜 들어가려고 하는가. 이제까지 받은 대우와는 차원이 다른 대우를 받으려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국가권력의 단맛을 한번 맛보려고? 그런 경험을 해본다면 설사 실세에 끌려 다니고 청와대의 오더를 실행하는 심부름꾼이 된다 해도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다는 것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찌하여 그 높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날려 버리려 하는 것인지.

이 나라의 인기인들이여! 당신들은 설마 이런 선배들의 뒤를 따르지는 않겠지요?

"그거 별 거 아니요. 당신들의 지금 그 모습이 위대한 거요. 당신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순간 당신도, 당신을 가진 우리도, 모두가 끝나는 것이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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