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삼성의 장남' 이맹희가 200억 빚을 남기고 떠난 사연

  • 김병철
  • 입력 2016.03.09 06:37
  • 수정 2016.03.09 06:46
ⓒ한겨레

삼성가 장남인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200억원에 가까운 빚을 가족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한때 삼성 후계자 1순위로 꼽혔으나 후계구도에서 제외됐다. 이후 그는 수십 년간 해외 체류 끝에 작년 8월 중국에서 84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재벌총수 일가가 거액의 채무를 남기고 작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9일 법조계와 CJ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과 장남 이재현 회장 등 삼남매가 낸 '한정상속승인 신고'가 올해 1월 중순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한정승인이란 상속 자산액수 만큼만 상속 채무를 책임지는 제도다. 유족이 법원에 신고한 이 명예회장의 자산은 6억여원이었다. 하지만 채무는 180여억원에 달했다. 채무에서 자산을 제한 금액은 채권자가 받을 길이 없다.

1987년 11월23일,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례식에 참석한 장남 이맹희, 3남 이건희, 차남 이창희 형제(앞줄 오른쪽부터)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CJ그룹 관계자는 "고인은 수십년간 해외 등지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왔다"며 "어떤 경제적거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채무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가늠할 수 없어 한정승인을 신청했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 일가가 채무를 면제받는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며 "연대보증을 선 게 아닌 이상 이재현 회장 등이 아버지의 개인채무를 떠안을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한정승인은 법원이 직접 고인의 자산과 채무를 조사해 액수를 확정 지은 것이 아니다. 채권자가 한정승인을 받은 유족에게 소송을 건 뒤 망자의 숨겨진 자산을 찾아 돈을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

이 명예회장이 거액의 빚을 남긴 건 2012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분쟁 소송에서 모두 패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이 명예회장이 요구한 유산은 9천400억원이었다. 이에 비례해 책정되는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비로만 200억원 넘게 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 5녀 중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초기 제일제당 대표 등을 맡는 등 후계자 1순위로 꼽혔고,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그룹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이후 이병철 회장 복귀 과정에서 벌어진 그룹 비리 청와대 투서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

1976년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룹 후계자로 공표되자 이 명예회장은 삼성가를 떠났다. 그는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했다가 실패를 맛본 뒤 1980년대부터 30여 년간 외국에 머물며 낭인 생활을 했다.

이 명예회장이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숨졌을 때 장남 이재현 회장은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상고한 상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 #이맹희 #이건희 #삼성그룹 #빚 #경제 #재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