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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키 순서로 번호를 매기는 학교가 있다

  • 김병철
  • 입력 2016.03.04 10:12
  • 수정 2016.03.04 10:14
ⓒ한겨레

*위 이미지는 자료 사진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가 개학을 맞은 지난 2일, 학부모 ㄱ씨는 아이가 또 ‘1번’이 됐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키 순서에 따라 번호를 매긴 것이다.

새 학년이 되면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두 개의 번호가 주어진다. 키 번호와 출석 번호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에 성적 등을 입력할 때 이용되는 출석 번호는 학교 행정을 위해 필요한 번호지만, 키 번호는 학교 또는 교사가 부여하는 자의적인 번호다.

‘키 번호’가 부모들에게 주는 부담감은 크다. ㄱ씨는 “우리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선 ‘한 엄마가 아이 실내화 밑창에 키높이 깔창을 넣어 애를 중간 번호대까지 밀었다’는 전설같은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키가 작다고 애들한테 놀림을 받진 않을지 걱정된다. 각종 수행평가에서 대부분 첫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외모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신장을 두고도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 아동기 상처는 성인기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학교가 차별적인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키 번호 매기기는 일부 교사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운영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체육시간이나 체험학습 때 키 순서로 줄을 세우면 보기에도 좋고 교사가 편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싫어하는데다 앞번호인 아이들이 뭐든지 먼저 해야 해 힘들어하기 때문에, 나는 보통 아이들이 모이는 순서대로 줄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키 작은 학생들이 앞자리에 앉아야 뒤에 앉은 학생들도 수업권을 침해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교사를 향해 정면을 보고 앉는 것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학습 방식에만 적합하다”며 “자리 배치방식을 수업에 맞게 다양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혁신학교에서는 대부분 조별로 4~6명이 마주보고 앉는 ‘모둠’ 방식으로 자리를 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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