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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권 보수당 브렉시트 찬반 싸고 내전 치닫나

ⓒAP

영국 집권 보수당이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찬반을 놓고 내전에 휩싸였다.

정치권의 브렉시트 논쟁은 여야 대결 구도가 아니라 보수당 내 잔류파와 탈퇴파 대결 구도의 모양새였다.

지난해 5월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일찌감치 EU 잔류 입장을 표명했다. 두 야당 내 브렉시트 지지자는 소수로 관측된다.

수면 아래 있던 보수당 내 대립이 EU 정상회의서 EU 개혁안 타결과 국민투표 6월 23일 실시 발표를 기해 찬반 대오가 형성되면서 표출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일하는 내각도 갈라졌다.

캐머런은 국민투표 실시안 입법 과정에서 사퇴 카드를 꺼내 들고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벌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각 장관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잔류파에선 'EU 탈퇴를 대외 설득하려면 내각에서 나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캐머런 총리에겐 이들의 교체를 압박했다.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총리와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건 '놀림거리'라고 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반란 장관들을 유임하는 선택을 했다. 압력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당 내 잔류 진영은 캐머런 총리가 이끌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세 명 가운데 두 명인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캐머런 편에 섰다. 내각 30명 중 23명이 잔류 진영에 포진했다.

반대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이언 던컨 스미스 고용연금부장관 등 실세 두 장관이 캐머런에 등을 돌렸다. 하원 원내 대표, 문화부장관, 북아일랜드담당장관, 고용연금부 고용담당 부장관 등 모두 6명이 탈퇴 진영에 자리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아 관심이 쏠렸던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캐머런 총리의 반대편에 섰다.

오는 5월 시장 선거 불출마를 이미 선언한 존슨 시장은 2020년 총선을 이끌 당대표직을 향한 행보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돼왔다.

그는 "캐머런 내각에 반대하는 것은 최후의 선택으로 미뤘지만, 상당한 심적 고통 끝에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탈퇴 입장을 밝혔다.

투표 결과에 따라서 캐머런 총리와 보리스 시장 두 명 중 한 명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게 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 조성됐다.

캐머런 총리는 전날 의회에서 투표 결과가 EU와 재협상과 재투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존슨 시장의 주장을 겨냥했다.

그는 "이혼 절차를 시작한 수많은 부부를 봤지만 결혼 약속을 다시 하려고 이혼 절차를 시작하는 부부는 모르겠다"고 했다.

캐머런은 이날도 존슨 시장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통신업체 O2를 방문해 연설에서 "나는 정치인으로서 보리스에 대한 지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는 정말로 가까운 친구"라고 언급한 뒤 "그가 이 이나라에 줄 엄청난 것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선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머런은 "매우 이성적이고 문명화된 토론을 원한다. 이게 바로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과 내가 동의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캐머런이 코빈 대표와 더불어 존슨 시장을 따로 언급한 것은 찬반 논쟁 국면에서 존슨 시장이 지닌 위력을 잘 알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내각 사무처는 이날 각 부처 장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부처 공무원들이 정부 공식 입장에 반대하는 장관에게 이 사안과 관련한 브리핑이나 연설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내각을 넘어 보수당 하원의원 330명 전체로 보면 내각보다 분열 양상이 더 심하다. BBC는 잔류 142명, 탈퇴 120명, 유보 68명으로 분류하고 있다.

노동당은 213명이 잔류, 7명이 탈퇴 입장이고 SNP는 54명 전원 잔류 입장으로 BBC는 분류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잔류할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 이외 다른 여지가 없는 선택인 만큼 보수당 내 분열 양상이 선명해진다.

또한 캐머런 총리가 언급했듯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중대한 선택인 점도 보수당 내 분열이 내전 양상을 띨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총리실은 보수당 내 분열이 내전 양상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익명의 총리실 관계자는 "내전처럼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리는 오는 6월 23일에 다가갈수록 더욱 골이 깊어질 보수당 내 내분이 투표 이후 어떻게 봉합될지도 관심거리다.

사활을 걸고 잔류 호소에 나선 캐머런 총리가 탈퇴 투표 결과를 맞는다면 재집권 1년여만에 실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캐머런은 2020년 총선을 이끌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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