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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두자릿수 이상 대승을 거두다

  • 김병철
  • 입력 2016.02.21 05:53
  • 수정 2016.02.21 06:11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makes his way to the stage during a campaign stop Friday, Feb. 19, 2016, in North Charleston, S.C. (AP Photo/Matt Rourke)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makes his way to the stage during a campaign stop Friday, Feb. 19, 2016, in North Charleston, S.C. (AP Photo/Matt Rourke) ⓒASSOCIATED PRESS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레이스의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세론에 '날개'를 달았다.

전국적으로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였던 뉴햄프셔 주에서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대승을 거둔 데 이어, 남부에서 치러진 첫 프라이머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또다시 두자릿수 이상의 대승을 거둔 것이다.

특히 이번 승리는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특정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남부에 터잡은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북동부에서 성장하고 부(富)를 일궈낸 전형적 '뉴요커'인 트럼프가 남부의 심장부를 의미하는 '딥 사우스'(Deep South)에 속한 주에서 크게 이겼다는 상징성 자체가 크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의 주된 지지기반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 보수층이 워낙 두터운데다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공화당 유권자의 65%(2012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트럼프로서는 한때 민주당적을 지니고 낙태를 지지한 전력이 있는데다가, 두 차례나 이혼한 개인사(史)로 인해 이 같은 '남부의 표심'을 얻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보수적 집단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트럼프가 '인기'를 얻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

따라서 트럼프가 거둔 이번 승리는 단순 초기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차원을 넘어 대세론을 전국 단위로 확산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3월1일 '슈퍼 화요일' 경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판'을 사실상 확정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상승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기에 이번에 2위 후보군인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를 10%포인트 이상으로 누름으로써 도전 의지를 확실히 제어한 측면이 있다. 선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 트럼프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unstoppable) 후보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승리는 미국 공화당 주류 정치에 대한 '분노의 표심'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8년간 추진해온 이민·의료개혁 드라이브을 바라보는 백인 보수층의 상실감과 답답함, 중국과 멕시코 등에 공장과 일자리가 빼앗겼다고 느끼는 블루칼라(근로자) 계층과 일반 근로자들의 박탈감 등이 맞물리면서 공화당 주류와 대척점에 선 트럼프 쪽으로 지지세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출신 배경이나 연령 등과 무관하게 보수 유권자들의 속내를 가장 확실히 대변해주는 '정치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부터 기성 정치의 틀을 파괴하는 막말과 기행, 좌충우돌 행보를 펴는 가운데에서도 백인 보수층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목소리를 대변한다는데 줄곧 '초점'을 맞춰왔다.

방송 출연과 유세 과정에서 무지와 몰상식, 인종·성(性) 차별주의적 경향이 드러나는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지만, 보수 지지층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 지지층이 내심 굴뚝같이 하고 싶었던 말이나 공개로 하기 어려웠던 말을 대신해주면서 '정치적 대리 만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세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경제를 제자리로 되돌려놓겠다", "중국과 멕시코, 일본으로부터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줄곧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심지어 미국 주류 언론까지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군중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 같은 연승 행진이 반드시 본선행 티켓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 공화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의 주류가 여전히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를 표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대로 가다간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스란히 대권을 갖다바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히스패닉계와 무슬림, 흑인 등 소수인종뿐만 아니라 중도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까지도 이탈할 경우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트럼프에 대항하기 힘든 당내 주류 후보들이 일정한 조건 하에 '단일화'를 꾀하며 공동대응 전선을 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 지도부가 후보선출에 개입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시나리오도 더이상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실적인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1946년 뉴욕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부동산 중견사업가였던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인 모친 사이에서 3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나온 트럼프는 베트남 전쟁 당시 부동산에 손을 대기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의 호텔과 고급 콘도미니엄을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다.

그는 출마 당시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주장했으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45억 달러(재계순위 121위)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카타르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515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수입원은 168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가 청중의 '코드'를 읽고 거침없는 언변을 쏟아내는 트럼프의 유세 스타일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 터잡고 있다. 부동산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재벌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엔터테이너의 기질이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NBC 유니버설을 NBC와 공동 소유하여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영화 '나홀로 집에'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조직회를 인수해 매년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USA, 미스 틴 USA 대회를 열어왔다가 지난해 대선 출마 이후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막말한 것이 논란이 돼 결국 사업을 매각했다. 1988년에는 미국프로레슬링 WWE의 공식후원을 하다가 급기야 2007년에는 직접 출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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