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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업체들 "빈트럭에 맨 몸으로 내려왔다"

  • 허완
  • 입력 2016.02.11 15:10
  • 수정 2016.02.11 15:11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을 발표하면서 철수작업을 벌이던 일부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운반하던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모두 포기하고 서울로 내려왔다.

입경 마감 시각이 다 돼 상황이 급변하자 원부자재를 하나라도 더 회수하려던 기업체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잡화를 생산하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11일 "설 연휴에 주재원 2명이 공단에 남았는데 갑자기 철수 결정이 나면서 오늘 출경한 트럭 1대에 부랴부랴 원부자재를 채웠다"며 "그런데 (북한 측에서) 갑자기 자재를 가져갈 수 없다고 해 모두 내려놓고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초 입경 마감시각에 맞춰 오후 5시께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이 때 북한이 자산동결 조치를 발표하면서 빈 트럭으로 내려오게 됐다는설명이다.

시설투자액을 제외하고 개성공단에 남겨둔 완제품과 원부자재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이 업체는 추산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이사회가 끝난 뒤 참석 기업인들이 정기섭 회장의 결과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오전 일찍 출경한 다른 업체들은 재고를 조금이라도 회수했다"며 "물론 회수한 것도 전체 손실액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우리는 당장 자재도 없고, 거래처는 난리가 났고, 대책도 못 세운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입주업체 대표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어 일단 4.5t(톤)짜리 화물트럭 1개만 올려보냈다"며 "3시반 정도에 입경했는데 트럭 기사가 물품을 챙겨왔기 때문에 뭘 얼마나 챙겨왔는지 아직 파악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4∼5시쯤 입경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업체들은 북한이 (자산동결을) 발표하면서 차를 다 비우고 내려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가동 '중단' 발표가 공단 '폐쇄'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속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던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이날 자산동결 조치에 대부분 떨리는 목소리로 허탈함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날 오후 입경하자마자 북한의 자산동결 발표를 접했다는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에서 만든 제품은 북한의 자존심'이라고 (북측) 근로자들을 가르치며 일해왔다"며 "하지만 공단 관리위원회 직원들까지 전원 추방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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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 #개성공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