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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에 대한 6가지 이야기

  • 원성윤
  • 입력 2016.01.06 13:32
  • 수정 2016.01.06 14:07
ⓒ연합뉴스

1. 수소탄 실험은 갑작스러운 일인가?

북한이 1월6일 수소탄 핵실험 사실을 공개한 직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를 지시하는 친필 서명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4차 핵실험 실시를 명령하면서 '수소탄'이라고 명시된 것이 눈에 보인다.

"역사적인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승리와 영광의 해 2016년의 장엄한 서막을 첫 수소탄의 장쾌한 폭음으로 열어제낌으로써 온 세계가 주체의 핵강국, 사회주의조선, 위대한 조선노동당을 우러러 보게 하라!"

조선일보 1월6일 보도에 따르면 “이 시점은 논란이 됐던 김정은의 ‘수소폭탄 발언’이 보도된 지 5일 만이며, 모란봉악단이 중국 베이징 공연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철수한 지 사흘 만”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6년 신년사에서 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발전' 등을 내세움으로써 올해를 그만큼 '깜짝'으로 공개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북한은 그동안 '수소탄'을 개발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15일 서명에서뿐만 아니라 지난달 10일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역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

2. 그래서 왜 지금인가?

북한의 1~4차까지의 핵실험과의 상관관계를 비교했을 때 한국과 미국의 선거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1차 핵실험 : 2006년 10월9일

미국의 중간선거(2006년 11월 7일)를 한달 남겨둔 시점이다. 당시 중간선거후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차 핵실험 : 2009년 5월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1월20일)한지 4개월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초 손짓을 보내던 대북유화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김정일의 결단이었다. 오바마 신(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기조로 선회했다.

3차 핵실험 : 2013년 2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2기 행정부를 출범(2013년 1월21일) 시킨 직후이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2013년 2월 25일)을 앞둔 시기 (연합뉴스, 1월6일)

이번 4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은 한미 양국 모두 큰 선거가 있다. 한국은 4월 총선, 미국은 바로 11월 대선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선거가 진행되는 2016년에 북한은 결국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6자 회담이 현재 8년째 교착상태에 빠져있는데다, MB 정부 당시인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에 대한 5.24 경제조치로 인해 북한은 고립될 대로 고립된 상황이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전 통일부장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임박한 국정연설과 새해 연설에서 정책 전환을 하기를 바라며 이 시점에 핵실험을 했을 것”이라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 평화협정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벼랑끝 전술”이라고 짚었다.

또 북한이 중국에 대해 '쉽지 않은 존재' 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 지정학 관계상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잘 안다"면서 "미국과 중국에 일종의 '공세적 흥정'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3. 정말 수소탄이 맞나?

이번 수소탄 실험을 두고 진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소탄을 만들기 워낙 어려운데다 수소탄치고는 지진 규모가 다소 작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10월6일 보도에 따르면 “수소폭탄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의 원자핵이 핵융합 반응을 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무기”라며 “원자폭탄보다 파괴력이 강하고 만들기 어렵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가졌다면 세계에서 6번째로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국가가 된 셈”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수소탄 실험이 지난 3차 핵실험 당시보다 지진 규모가 작다는 것에 주목했다. 인공지진의 규모는 4.8-5.2로 측정기관마다 다르지만, 지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의 4.9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소탄의 경우 규모가 훨씬 크게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1월6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과 국방부 모두 이번 북한 핵실험이 수소탄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겨레 : 이철우 정보위 간사,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황인무 국방차관의 이날 오후 언론브리핑 내용 요약.)

연합뉴스 1월6일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 전문가인 쉐천(薛晨)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은 이번 수소탄의 진위에 대해 '가짜'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핵융합과 핵반응의 과학상식으로 보면 북한의 이번 실험을 수소폭탄 실험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실험으로 인한 지진이 TNT 폭약 1만5천∼2만2천t의 폭발량과 맞먹는다고 하는데 이는 통상적인 수소폭탄 1차 실험의 폭발량 100만TNT의 1∼2%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 가능성은 북한의 핵연료 가공 수준, 그리고 핵융합 반응 기술의 확보 수준에 달려있는데 전체적으로 봐서 북한의 핵개발 역량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1월6일, 연합뉴스)

미국지진연구협의회(IRIS) 소속 연구원 앤디 프라세토가 트위터에서 밝힌 북한의 4차례 핵실험 지진파형을 밝힌 것을 보면 이번 지진의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 사진에 따르면 청록색(2009년), 검은색(2006년), 노란색(2013년)까지 파형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나 붉은색(2016년)의 파형과 노란색(2013년) 파형이 비슷하게 나타나 2013년 3차 핵실험과 2016년 4차 핵실험의 진동이 비슷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기엔 어렵다. 소형으로 개발한 수소탄을 가지고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위원

방사능 이런 것들이 아마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요. 이제 만약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야말로 국제적인 대사기극인 것이죠. 김정은 친필사인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수소탄 실험상황을 보고 드립니다, 이런 문건이 지난달 12월 15일에 사인한 게 나왔는데 아마 북한이 김정은까지 나서서 이제 확인 가능한 그런 사실을 좀 사기극을 벌였을까, 저는 약간 의심스럽고요. 만약 진짜 수소탄 실험을 했다면 아주 소형화해서 하지 않았나, 이렇게 좀 유추해볼 수 있겠습니다. (1월6일,YTN)

4. 수소탄의 전 단계 '증폭핵분열탄 실험'일 가능성은?

‘연합뉴스’는 북한의 발표 이후,“현재 정보 당국은 북한의 주장대로 완전한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기보다는 그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소폭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은 핵폭탄 내부에 이중수소와 삼중수소 혹은 리튬-6을 넣어 핵분열 반응의 효율을 높인 핵무기다. 일반적인 핵폭탄에 비해 위력이 2∼5배 수준이다. 또한 핵분열 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질량인 임계질량이 없이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우라늄 238'과 수소, 리튬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사능 낙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원자폭탄을 지나 증폭핵분열탄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면 수소폭탄 개발에도 언제든지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증폭핵분열탄 실험'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5. 중국은 정말 몰랐나?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이번 수소탄 개발 발표에 국제사회가 당혹해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우방인 중국에도 알리지 않은 채 핵실험을 강행했다.

포커스뉴스 1월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며 “보도에 따르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 1월6일 보도에 따르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갖고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핵확산을 방지하며,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의 굳건한 입장이다. 우리는 조선(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상황을 악화하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월6일, 아시아투데이)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화 대변인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우리는 당연히 조선의 고위 관원, 대사를 불러우리의 엄정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며 지재륭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할 계획이라는점을 확인했다.

6. 이제 동북아정세는 어떻게 되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번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단 미국과 일본의 요청으로 UN 안보리에 북한이 회부돼 강한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때는 닷새 만에 핵실험을 규탄하고 대북 제재의 이행과 제재위원회의 구성을 결정한 결의안이 나왔다. 2차(2009년 5월25일)와 3차(2013년 2월12일) 핵실험 때도 유엔은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핵무기 프로그램 관련 제재를 받아 왔다"며 "핵실험이 확인되면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에 대한 제재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1월6일, 연합뉴스)

미국, 일본, 중국은 복잡한 셈 계산 중이다.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미국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집권 마지막해에 이 같은 초대형 도발이 나오자 적지않게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1기 행정부가 취임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겪고,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만에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경험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막바지에 또다시 북한으로부터 '뺨'을 맞은 형국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이번 수소탄 핵실험이 과연 '실제'로 이뤄졌느냐이다. 만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9·19 공동성명에 근거한 기존 북핵 정책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1월6일,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일본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결코 용인할 수 없다.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 역시 얼어붙을 전망이다. 올해 성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은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함께 지속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역설해 온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일종의 외교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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