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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퇴', '내리갈굼' 등 금융권 직장내 괴롭힘 사례(조사)

ⓒShutterstock / Elnur

증권·보험·생명 등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장내 괴롭힘’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3065명의 금융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확인됐다.

사무금융노동자 직장내 괴롭힘 조사연구팀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전략적 성과관리? 전략적 괴롭힘!’이란 주제로 실태조사 결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번 조사에서 금융 노동자들은 둘 중 한 명(49%) 꼴로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원 전부를 불러다 면담을 해요. 그중 ‘찍퇴’(한 사람을 지목해 퇴사시키는 것)할 분들은 더더욱 강하게 면담을 하죠. 여기서 ‘왕따’ 기준이 생겨요. (나머지 사람들은) 본인들은 살아남고 싶으니까….”(ㄱ생명보험사 직원)

직장내 괴롭힘은 주로 교육·면담을 빙자한 ‘업무상 괴롭힘’(37%)의 형태로 이뤄졌다. “(저성과 직원 대상)교육 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스킬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것밖에 못했는지’ 자아비판하게 하고 실적을 만들 계획을 내라고 한다”(ㄴ생명보험)거나 “면담으로 불러서 ‘이번에 (사직서를) 안 쓰면 너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협박”(ㄷ증권)을 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협박’을 받은 직원은 “개별적으로 파고드니까 모멸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공개적인 회의자리에서 저성과자들에게 밥을 축내는 ‘식충’이라는 말”(ㄷ금융)을 하는 등 ‘언어폭력’(29%)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성희롱·성폭력(7%)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응답자들의 대부분(42%)은 직장내 괴롭힘이 ‘가해자의 인성’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경영정책(24%)이나 조직문화(22%)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런 문화를 ‘내리갈굼’이라고 표현했다. 심층면접에 응한 한 응답자는 “임원들 가운데 ‘네가 싫어서 갈구는 줄 아냐. (나는) 위에서 죽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실적·성과를 강요하면 할수록 ‘내리갈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석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부국장은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직원을 괴롭혀 ‘자발적 퇴사’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바로 해고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은 극심해지고 노동자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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