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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하얀 옷이 증언하는 파리 테러의 비극

  • 김도훈
  • 입력 2015.11.15 16:02
  • 수정 2015.11.15 16:03

파리 테러 현장의 증언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바타클랑 콘서트장 생존자들의 증언은 공포와 안도로 교차한다.

아랫글은 22살의 이소벨 보우더리(Isobel Bowdery)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끔찍한 학살극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녀는 당시 입고 있던 피 묻은 하얀 옷 사진과 함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이미 50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공유한 이 글에서 이소벨 보우더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선함을 계속 믿는 것"이 테러리스트들이 승리하지 않도록 만드는 길이라고 말한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름다운 글을 아래에서 읽어보시길.

you never think it will happen to you. It was just a friday night at a rock show. the atmosphere was so happy and...

Posted by Isobel Bowdery on 2015년 11월 14일 토요일

당신은 절대 이런 일이 당신에게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금요일 밤의 록콘서트였을 뿐입니다. 분위기는 행복했고, 모두가 춤추고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이 들어와서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순진하게도 그것이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그냥 테러리스트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살이었습니다. 내 앞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총을 맞았습니다. 피의 강이 바닥을 채웠습니다. 여자친구의 시신을 든 남자들의 울부짖음이 작은 공연장을 채웠습니다.

미래는 박살 났습니다. 가족들은 무너졌습니다. 충격을 받고 홀로 남겨진 채로,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동 없이 죽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시간이 넘게 죽은 척하고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저처럼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그저 금요일 밤을 즐기던 무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세상은 잔인합니다. 이런 테러는 인간의 사악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며,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우리를 공격하던 남자들의 이미지는 남은 제 삶을 몸서리치게 만들 겁니다. 그들이 제가 있던 공연장 스탠딩 석에 어떠한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도 없이 총을 쏘아댄 것, 그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그저 악몽일 뿐이라고 말해주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생존자가 됨으로써, 저는 그날의 영웅들에 대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나를 달래며 안심시키려 노력했던 남자에게, 사랑의 말로 나로 하여금 이 세상에 선이 있다고 믿게 만들어준 커플에게, 수백 명의 사람들을 구하는 데 성공한 경찰들에게, 나를 거리에서 태운 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다고 믿고 있던 45분간 나를 안심시켜 준 낯선 사람들에게, 그 자신도 겁먹고 홀로 남겨졌으면서도 저에게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라고 해준 부상당한 남자에게, 자기 집 문을 열고 생존자들을 돌봐준 여자에게, 나에게 잠잘 곳을 제공해주고, 내가 피로 물든 저 하얀 옷을 입지 않아도 되도록 새 옷을 사러 뛰쳐나가 준 친구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이 세상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믿도록 해주었습니다. 절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줬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콘서트 장에서 살해당한 80명의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저만큼 운이 없었고, 오늘 아침 일어날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 고통을 짊어져야 할 그들의 친구와 가족들에게 바칩니다. 미안합니다. 어떤 것도 당신들의 고통을 고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숨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며 살 겁니다. 언젠가는 그들과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죽기 직전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짐승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낯선 사람들의 핏물 위에 누워서 제 22년 인생을 끝낼 총탄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끝없이 사랑한다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제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선함을 계속 믿어주기를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테러리스트들이 승리하지 않을테니까요. 지난 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영원히 바뀌었습니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 이번 테러의 희생자들이 꿈꾸었으나 결코 이뤄지지 못할 삶을 살아내는 것, 그건 모두 우리의 몫입니다. 천사들에게 애도를. 당신들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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