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 이야기 5. 아름다운 유령, 고스트 파이프피쉬
바다생물 중에서 가장 디테일이 아름다운 생물은 단연 고스트 파이프피쉬(Ghost Pipefish, 유령실고기)다. 지느러미는 귀부인이 들고 다님직한 화려한 깃털부채 모양이다. 온 몸의 섬세한 돌기와 화려한 무늬가 잘 어우러져 마치 정교한 예술품을 보는 느낌이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눈은 전신의 화려함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고스트 파이프피쉬(Ornate Ghost Pipefish) ⓒ장재연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이름이 유령일까?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색깔과 무늬가 주변 환경과 똑같이 변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방금 보았어도, 잠깐만 한눈을 팔면 다시 찾기가 어려워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색깔과 무늬가 다르지만 생김새가 흡사한 것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 변색했을 뿐, 모두 같은 종이다.
어둠 속 유령 같은 고스트 파이프피쉬 ⓒ장재연
여러가지 색깔의 고스트 파이프피쉬 ⓒ장재연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몸통이 까만색인 종류를 제외하고는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제닉 모델이다. 그러나 보호색을 띄고 있어서 배경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위치를 살짝 바꾸기는 하지만, 바다생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면 사진 찍기 좋은 위치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수중 사진을 찍으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장재연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마치 '너무 아름다우니, 겸손해야지' 하듯이 항상 고개를 아래쪽으로 숙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바닷물의 흐름에 의해서만 살짝살짝 흔들릴 뿐 전혀 움직임이 없다. 딱 '공중 부양'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닥이나 해조류에 붙어 있는 먹이를 빨아드리기 쉽게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대개는 쌍으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암컷이 수컷에 비해 훨씬 크다. 암수 커플이 크기는 달라도 구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해서 겹쳐 있으면 한 마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끔은 전혀 다른 색깔인 경우도 있다. 다른 곳에 살던 아이들끼리 방금 합친 것인지, 같이 살면서도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사람들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커플이 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이나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끼리 커플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색깔이 서로 다른 커플(좌)과 한 마리처럼 보이는 커플(우) ⓒ장재연
고스트 파이프피쉬 부부의 금슬은 매우 좋은 것 같다. 강한 조류 때문에 꽤 멀리 헤어졌는데, 한참을 애쓰더니 결국은 다시 함께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아는지도 신기했고, 그렇게까지 같이 있으려고 노력하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짝을 찾아 조류를 거슬러 헤엄치는 로부스트 고스트 파이프피쉬 ⓒ장재연
함께 있어 행복한 Robust Ghost Pipefish 커플 ⓒ장재연
다이빙 할 때 고스트 파이프피쉬와의 만남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군다나 특히 희귀한 종들은 매우 보기 힘들다. 그런 종을 만나게 되면 신기해서 반갑고,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해부학적으로는 해마와 가장 가까운데, 생물학이나 생태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신비로운 바다생물이다. 역시 바다의 유령답다.
만나기 힘든 Halimeda Ghost Pipefish ⓒ장재연
희귀종인 Roughsnout Ghost Pipefish ⓒ장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