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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설문조사 | 북미 관계 정상화의 조건

2015년 숨가빴던 미국 외교 상황을 보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인 적국들과의 협상에 대해 이야기 하였을 때, 진정성이 있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처음에 그 상대는 미얀마였고, 그다음은 쿠바였으며 마침내 이란과 역사적인 핵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과는 어떠한가? 북한은 지난 2009년과 2013년의 패턴과 동일하게 지난 9월에 또 다른 인공위성 발사를 시사한 후 뒤이어 핵실험까지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조만간 이루어지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방법이 있을까?

  • NK News
  • 입력 2015.10.23 13:20
  • 수정 2016.10.23 14:12

미국 전문가 5명이 전망하는 북미 간 획기적 협정 가능성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운동 시작부터 전통적으로 미국의 적으로 여겨지는 국가들에 대해 다른 형태의 외교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오바마는 선결조건 없이 이러한 나라들과 협상하려 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부시 정권에서 북한이 몇 년 동안 '악의 축'으로 규정되었으나 오바마 정권 하에서는 북미 간 관계에도 돌파구가 열릴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지 몇 달 만에 북한은 대포동 2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였고, 그로부터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유엔안보리의 신랄한 비판이 따랐던- 두 번째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이후 몇 년 간 미국의 대북 정책의 단초가 되었으며 2012년 북미합의가 단 몇 주만에 깨지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2015년 숨가빴던 미국 외교 상황을 보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인 적국들과 협상에 대해 이야기 하였을 때, 진정성이 있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처음에 그 상대는 미얀마였고, 그다음은 쿠바였으며 마침내 이란과 역사적인 핵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과는 어떠한가? 북한은 지난 2009년과 2013년의 패턴과 동일하게 지난 9월에 또 다른 인공위성 발사를 시사한 후 뒤이어 핵실험까지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조만간 이루어지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방법이 있을까?

NK News는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의 일환으로, 미국의 북한 연구자 5명과 북미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나누었다. 어떻게 현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모든 연구원들이 북한의 경우는 쿠바나 미얀마, 이란과는 달리 오랜 적대관계인 미국과의 관계개선 자체에 별 관심이 없다고 본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

질문에 응답한 미국인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다.

  •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교 한국학 프로그램 부소장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동북아시아센터 상임연구위원
  •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정치경제 부문 헨리 웬트 학자
  • 다씨 드로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비상임 제임스켈리 연구원/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국제정책대학 정치학 석좌교수

북한에 흔한 반미 선전용 포스터ㅣ 출처: E.Lafforgue

오바마 정부에서 이란과 미얀마, 쿠바와의 관계가 모두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북한과 유사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교 한국학 프로그램 부소장

오바마는 대선후보였을 때 만약 불량국가들(rogue states)이 타당한 조건을 가지고 거래하길 원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이 국가들에 외교적으로 접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히면서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떠안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약속을 지켰으며, 리비아, 이란, 미얀마, 쿠바와의 관계를 개선했다. 이 국가의 지도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미국과의 협상에 진정으로 참여했다.

북한 지도부는 이 협상에 전혀 참여하려고 하지 않았다. 증거는 명확하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좀 더 나아가 핵 및 미사일 실험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했다. 아들 김정은 현 국방위원장이 그의 뒤를 잇게 되었을 때, 오바마 정부는 2012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동결하기로 하는 북미합의를 이끌어냈으나 북한은 곧 노골적으로 이 합의를 파기했다.

북한은 오늘날 핵무기 계획 폐기에 대해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실제로 북한 지도부와 외교관들은 이 문제에 대해 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였다. 북한이 이러한 태도를 변화 시킬 때까지, 핵과 미사일 계획 폐기를 위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불가능하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동북아시아센터 상임연구위원

이란과의 국제핵협정은 미국이 북한과도 비슷한 협상을 부활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미얀마와 쿠바 그리고 현재 이란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 정책의 극적 변화는 미국이 북한에도 유사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그와 비슷하게 손을 내미는 제안을 하는 것을 여러 요인들이 방해하고 있다.

미국 국내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오바마 정부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임기가 단 1년 6개월 남은 상태로 오바마 대통령이 논쟁적이고 복잡한 북한과 합의를 끝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2009년과 2012년의 시도가 불발 된 후,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외교적 합의를 이루려는 세 번째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과 핵 합의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은 물론 북한 그 자체다. 사이버 공격, 9·11 테러와 비슷한 유형의 테러 위협뿐 아니라 미국과 그 연합국들에 대한 북한의 끊임없는 핵으로 인한 전멸 위협 등은 외교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북한은 공개적으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들어간 이란의 경우를 따르라는 그 어떤 의견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거부 성명서는 비핵화 하겠다고 했던 이전의 수많은 약속을 이행하는 데 대한 그 어떤 가능성도 일축하면서 6자 회담은 효력이 없다는 수년간의 북한측 주장과 일치한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정치경제 부문 헨리 웬트 학자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그는 북한을 포함한 문제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북한측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미국 정부가 의미하는 '개선된 관계'가 무엇인지 북한에서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빠르게 내렸다.

북한이 미국과의 더 나은 관계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하기 위해 외교사를 살펴볼 수 있다. 사실, 필자는 조명록 장군이 2000년 10월에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그가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북한 입장에 따른 한반도 통일이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미국의 묵인 등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 어떤 면에서 외교정책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지만, 필자는 북한 문제 등을 놓고 볼 때 그가 그렇게 대단한 선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씨 드로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비상임 제임스켈리 연구원/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이란, 미얀마, 쿠바와 같은 나라들과의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관계 진전은 자연스럽게 가능성 있는 다음 목표로 북한에 눈길이 가도록 했다. 비슷한 관계 진전을 만들기 위해서 북한 지도부는 좀 더 정기적으로 밖의 세상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은 오랜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다른 나라들과 일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미국과 한국은 모두 북한의 인권 문제와 핵무기 계획 뿐만 아니라, 화폐 위조, 마약 밀수와 인신매매, 핵분열성 물질이나 무기들의 불법 판매를 포함한 다른 불법적인 활동 등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쟁점들을 다시 논의 의제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북한이 비단 미국 뿐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대로 전세계의 해외시장에 대한 접근을 국제사회로부터 허용받을 수 있는 기초적인 조건이 된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과 가까운 동맹 관계로 인해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시점에는 익히 알려진 김정은의 성향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반도의 '8월 위기'가 마무리되었다: 며칠 간 녹초가 되도록 이어진 양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지뢰를 매설해 놓았다는 주장에 대해 유감이라는 표현을 얻어내고 양측의 증강된 군사태세는 뒤로 물러섰다. 개선된 남북한 관계는 북미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더 안전한 한반도로 가는 길은 한국 정부를 통해서라고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국제정책대학 정치학 석좌교수

미얀마와 쿠바, 이란, 북한은 모두 역사적으로 미국과 상충하는 외교정책을 내세우고 있었으나 현실은 네 국가가 다 다르다. 미얀마나 쿠바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안보 문제에 직면하진 않았다. 미국의 대 쿠바 정책 변화는 미국 국내 정치의 변화로 인해 가능했으며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대 쿠바 경제제재가 명백하게 실패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이자 후계자인 라울 카스트로로부터도 점진적인 지도부 승계가 이루어지는 등 쿠바 국내의 정치적 변화 또한 중요했다. 미얀마의 국내 정치 변화 또한 개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란은 로하니의 대통령 당선과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상황의 극심한 악화로 인해 역시 국내 정치에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혁명 전야의 국가였다.

북한은 내부의 정치적 변화의 조짐이 거의 없으며 체제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중국의 의지 때문에, 경제제재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협상 의제로 올려놓으려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8년 이래로 북한은 북핵 협상에 대해서 거의 관심을 표현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쓴 채드 오캐롤(Chad O'carroll)은 NK News의 수석특파원입니다. 박현비가 번역했으며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NK News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탈북 전문가들의 답변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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