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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깨는 홍상수표 리얼 베드신

홍상수는 유명 배우들을 노출시켜 베드신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이은주, 예지원, 추상미, 성현아, 엄지원 등이 홍상수의 영화 속에서 베드신과 노출 연기를 했다. 하지만 홍상수의 베드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알려진 여배우들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신체 부위를 드러낸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 조원희
  • 입력 2015.09.17 08:01
  • 수정 2016.09.17 14:12
ⓒ생활의 발견

<오! 수정> 출연 이은주, 정보석, 문성근 | 2000

<생활의 발견> 출연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 2002

<극장전> 출연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 2005

홍상수의 최근 작품에는 성적인 관계에 대한 암시와 대화는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섹스신이나 본격적인 배우들의 노출이 구현되지 않는다. <해변의 여인>을 기점으로 이후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정사를 직접적으로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

홍상수는 인터뷰를 통해 배우들을 노출시켜 베드신을 찍는 작업에 피로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의 베드신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실망하게 했다. 하지만 배우들을 벗겨 카메라 앞에 세울 때마다 '사람들의 섹스에 대한 통념을 깨는 쾌감'을 느꼈다는 발언 역시 했다.

홍상수는 유명 배우들을 노출시켜 베드신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이은주, 예지원, 추상미, 성현아, 엄지원 등이 홍상수의 영화 속에서 베드신과 노출 연기를 했다. 하지만 홍상수의 베드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알려진 여배우들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신체 부위를 드러낸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 수정>에서 주인공인 수정(이은주 분)은 부유한 화가 재훈(정보석)과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된다. 본격적인 정사에 돌입하기 위해 침대 위에서 전희를 즐기던 중 재훈이 수정의 이름을 부르려는데 그만 실수를 해버린다. "정아씨"라고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러 버린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수정은 차갑게 일어난다. 코믹하면서도 자극적이다.

'다른 곳에서 경험한 일이나 들은 이야기를 또 다른 곳에서 써먹는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생활의 발견>에서 주인공 경수(김상경 분)는 춘천에서 명숙(예지원 분)을 만나 섹스를 나눈다. 명숙은 경수가 허리를 돌리자 "당신이 이렇게 해주면 좋아요"라고 말한다. 경수는 경주로 가서 유부녀인 선영(추상미 분)을 만나 역시 정사를 벌인다. 여기서는 경수가 허리를 돌리며 "제가 이렇게 해주면 좋아요?"라고 묻는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재미는 영화 <생활의 발견>의 전체를 관통하는 유머감각이다.

홍상수의 베드신이 매력적인 부분은 그 리얼한 묘사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직접적인 성적 흥분이나 페티시즘 등 다른 감독들이 '베드신을 예술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정서를 은근히 자극한다는 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도 등장해 '홍상수표 배우'라는 느낌이 강한 엄지원은 <극장전>을 통해 홍상수 감독과 처음 만났다. 엄지원은 "여배우라고 해서 특별한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무명 감독 김동수(김상경 분)와 정사를 벌이는 주인공 최영실 역으로 등장한다.

리얼한 자세의 베드신이 벌어지는 가운데 엄지원은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을 신고 있다. 스타킹만을 신은 여배우의 나신, 홍상수는 이렇게 독하게도 섹시한 장면을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 이 글은 필자의 전자책 '한국영화 사상 가장 에로틱한 순간 51' (페이퍼크레인, 2015)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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