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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 위안부 피해자들의 얼굴에는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화보)

  • 박수진
  • 입력 2015.09.04 18:12
  • 수정 2016.01.29 05:38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사진으로 기록해 전하겠다."

전후 70년을 맞아 사진작가 안재홍(44)씨가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를 돌며 찍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을 모아 가해국인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9월 4일 전시회를 열었다. 안 작가는 약 20년 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인 '나눔의 집'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년가량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알리고자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피해자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전시장 '세션하우스'에서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는 주제로 안 작가가 4일 개막한 사진전은 아시아 여성의 삶을 망가뜨린 전쟁의 광기를 가감없이 고발했다. 자신의 경험을 어렵게 안 작가에게 털어놓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름지고 지친 얼굴에는 70여 년 전 일본군이 남긴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중국인 피해자 카오 헤이마오(93) 씨는 그녀의 20대 시절 증명사진을 내보이며 일본군이 무참히 앗아간 자신의 꽃다운 시절을 떠올렸다.

1943년에 끌려가 2년간 위안소 생활을 했다는 인도네시아 출신 피해 여성 사가(87) 씨는 사진 속에서 렌즈를 응시하며 일제의 만행을 온몸으로 고발했다. 눈두덩을 타고 흐르는 그녀의 눈물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한과 고통이 묻어났다. 그녀는 온갖 학대를 당한 것 때문에 지금도 잦은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낡고 허름한 시설에서 지친 몸을 가누고 있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한 인내심과 생명력을 보여줬다. 아티(86·인도네시아) 씨는 손을 가리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사진 촬영에 응했고, 김복득(97) 씨는 고통 속에서도 손거울을 들고 입술 연지를 바르는 모습이었다. 전시회에서는 춤을 추는 필리핀 피해자(88)의 이채로운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안 작가는 울분을 잊으려고 차라리 춤을 추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안 작가가 4개월간 각국을 돌며 촬영한 피해자의 사진은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을 보러 온 한 50대 일본인 여성은 "사진으로 남은 것은 소수이고 셀 수 없이 많은 피해자의 짓밟힌 인생이 있을 것"이라며 "일본인의 가해행위는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기억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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