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평양 옥류관에서 진짜 평양냉면을 먹었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의 '이데아'와도 같은 옥류관 냉면 맛은 그 명성 이상이었다.

제2회 국제 유소년 U-15(15세 이하) 축구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은 취재진은 방북 엿새째인 22일 오후 북한 안내원들의 인도를 받아 평양 창전거리의 옥류관을 찾았다.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에서 크게 늘어난 평양냉면 애호가들이 그토록 맛보고 싶어도 분단의 현실 탓에 그럴 수 없는, 바로 그 냉면을 파는 곳이다.

냉면에 일가견이 있다는 한 안내원은 "일단 한 잔 천천히 마시면서 기다리는 게 냉면을 제대로 즐기는 '1단계'"라며 소주를 권했다. 냉면이 테이블 위에 놓이자 접대원은 "수령님이 교지 해주신 방법"이라며 차근차근 '옥류관 냉면 맛있게 먹는 법'을 일러줬다.

위에 얹힌 계란 지단, 육편 등을 그릇 한쪽으로, 그 밑의 양배추 김치는 반대편으로 밀어놓는다. 그리고 면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려 여기에만 식초를 살짝 흘린다. 그러고 면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달고도 짭짤한 첫 맛에 이어 딱 적당한 정도의 신맛이 혀를 덮쳐온다. 여기에 양배추 김칫국물의 매콤한 맛이 더해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삼키고 나면 곧바로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묵직하고도 고소한 향이 올라와 입속 전체를 휘감는다. 육수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에 꿩고기를 더해 우려낸다고 한다.

면발은 겉으로 보기에 색깔이 남한의 칡냉면과 비슷했으나 식감은 전혀 달랐다. "100퍼센트 메밀로 만든다"는 접대원의 말을 믿기 힘들 정도로 쫄깃했지만 이른바 '고깃집 냉면'처럼 면이 잘 안 끊어지지는 않았다. 한 번 베어 물면 그대로 뚝 끊겼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파는 평양냉면 면발처럼 건조한 느낌도 아니었다. 오히려 젤리같은 식감에 가깝다고나 할까.

기자는 서울과 성남 일대에서 이름이 조금이라도 난 평양 냉면집이라면 다 찾아가 본 평양냉면 마니아다. 옥류관 냉면은 다들 '정통'을 자처하는 이들 냉면집 가운데 비슷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맛이 독특했다. 그나마 비슷한 곳을 애써 꼽자면 육수는 우래옥, 면은 봉피양이다.

다만 옥류관 냉면이 '정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분단된 세월 동안 북한의 평양냉면도 개량을 거듭했을 수 있다. 안내원은 "한 번 옥류관에 오면 두 그릇은 기본"이라고 했다. 두 그릇째를 먹는 방법에도 '정도'가 있다고 했다.

새 그릇이 나오면 육수를 제외한 모든 건더기를 첫 그릇으로 옮긴다. 양배추 김칫국물이 최대한 육수에 섞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작해진 첫 그릇은 김칫국물 함량이 두 배가 되며 새로운 맛이 된다. 새 그릇으로는 옥류관 육수의 순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안내원은 "옥류관의 인기가 매우 높다 보니 여러 요리사가 흉내를 내 평양 곳곳에서 팔고 있으나 같은 맛을 내는 곳은 없다"고 전했다.

기자 옆에 앉은 다른 안내원은 소식주의자였다. 그가 두 번째 그릇을 기자의 그릇에 쏟아붓다시피 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배가 너무 불러 면 한 움큼 정도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맛보고 싶어도 맛볼 수 없는 옥류관 냉면을 남기다니 평양냉면 마니아들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옥류관 #냉면 #북한냉면 #음식 #라이프스타일 #평양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