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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교수의 성희롱과 폭언(막말주의)

  • 원성윤
  • 입력 2015.08.11 07:46
  • 수정 2015.08.11 07:55
ⓒgettyimagesbank

지난 3월 신입생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행동 규정’을 만들어 파문(▶ 관련 기사 : “택시 타지 마, 화장도 안 돼” 공포의 대학 캠퍼스 )이 일었던 단국대에서 이번에는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과 폭언 등을 일삼다가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OOO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뮤지컬전공 전임교수와 관련된 학생 증언 내용’ 문건을 보면,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ㄱ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적 희롱 및 추행 △학생들의 인격 비하와 폭언 △개인 상담 내용 발설 등의 각종 폭력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단국대 공연영화학부에 소속된 피해 학생 13명 등 학생 30여명이 지난 6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작성했다.

ㄱ교수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여학생들의 증언을 보면, 해당 학부 학생인 ㄴ씨는 “공연 연습이 끝나고 회식을 하러 간 자리에 ㄱ교수님이 찾아왔는데 팔을 주무르며 반복적으로 ‘살을 빼야겠다’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학생 ㄷ씨는 “평소에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다니는데 기분 나쁜 미소를 띠며 ‘넌 남자니? 여자니?’라고 물어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ㄱ교수는 여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살을 빼라’고 말하거나 ‘화장을 좀 하고 다녀라’는 이야기를 하며 수치심을 안겼다. ㄹ씨는 “살을 빼면 참 예쁠 텐데”, “살 안 빼니? 돼지 같은 역할 하나 있음 줄 텐데”, “돼지같이 밤에 처먹지 말고 진짜 살 좀 빼”라는 등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 눈물을 쏟았던 기억을 털어놨다. ㄹ씨는 “교수님의 말투와 표정이 한심하고 느껴졌다”며 “교수님이 ‘실수한 거다. 네가 울면 내가 뭐가 되냐’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격 모독성 발언도 학기 내내 이어졌다. ㄱ교수는 감기 때문에 약을 먹고 들어오는 여학생 ㅁ씨를 보고 “넌 한 번도 일찍 오는 걸 본 적이 없어. 늦을 것 같으면 밥도 처먹지 마”라고 말했다. 독감에 걸려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 ㅂ씨에게도 “이 미친년아, 아프다고 연습을 빠지냐? 오지마. 화장 안 해서 못 생겼어. 저리 가”라고 말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어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학생 ㅅ씨에겐 “제발 그런 이야기 하지마. 다들 마찬가지야. 네가 똑바로 공부하지 않으니까 돈을 못 버는 거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은 문건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설과 폭언을 하는데도 ‘인간적으로 친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ㄱ교수는 학생들과의 개인 상담 내용을 발설해 수치심을 안기기도 했다. ㅇ씨는 “ㄱ교수가 학생들과의 지극히 개인적인 면담이나 상담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발설하고 다닌다”며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엄청난 용기를 내서 찾아가 대화를 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말을 왜곡한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은 지난 6월 단국대 쪽에 ㄱ교수의 자진 사퇴와 파면을 요구했다.

단국대는 6월 중순께 내부 감사 끝에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ㄱ교수는 7월1일자로 사립학교법 제61조에 따라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징계가 미온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단국대 공연영화학부의 한 학생은 “학교에서 방학 기간을 틈타 ㄱ교수 징계를 정직 2개월로 확정했다”면서 “학교 교칙에 나와 있는 징계 수위에서 중징계의 범위에 해당하긴 하지만, 중징계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위의 처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정직 기간이 방학 중인 7월~8월 사이 두 달 뿐이라서 ㄱ교수가 9월부터 학교에 돌아와 수업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ㄱ교수가 2학기에 그대로 돌아오면, 성희롱성 발언과 폭언 등이 또 반복될 수 있고 학생들은 또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박범조 단국대 교무처장은 이에 대해 “ㄱ교수 징계는 이미 학교 규정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제 대학본부 차원에서 논의하기보다는 해당 단과대학 내 해당 전공 학부에서 사후적인 조처를 학생과 협의하고 논의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ㄱ교수는 “(학생들의 주장이)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게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과 잘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 언론에서 저희 학교가 구설수에 올라 그런 부분을 해결하는 과정도 있었고, 학과 특성상 오랜 관습이 있다”며 “학생들과 갈등을 해결하는 중인데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갈등을 해결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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