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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늘리고 비례대표 줄이자" 막무가내 서청원

  • 김병철
  • 입력 2015.07.30 18:01
  • 수정 2015.07.30 18:02

내년 총선에 적용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비율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비례대표제는 과격 진보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라는 색깔론까지 동원해 비례대표 축소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의원정수를 늘릴 수 없다면 지역구를 줄여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야당 공세에 이념 시비까지 끄집어낼 정도로 새누리당의 거부반응이 극심한 셈이다. 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질 것이라는 여러 분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여 “비례 축소”-야 “지역구 축소”

새누리당은 30일 의원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 의원정수 증가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는 일이 어렵지만, 지역구 의원을 일부 늘리고 비례대표 의원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비례대표 확대를 ‘색깔론’과 연결짓기까지 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략공천 권한이 축소된 야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확대하려는 꼼수”라며 “급진 좌파 세력들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이용해 국회에 대거 등원하면 또다른 정국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 대변인의 말은 이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새정연 혁신안 의원정수 확대 주장의 문제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친노계 한명숙 전 대표가 (2012년) 공천한 시민단체 출신 비례대표들이 (야당 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의원정수 확대안은 과거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대거 정치권에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이를 최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으며, 당 지도부는 김무성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정수 동결에 대한 당론 채택 여부를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구 축소를 통한 비례대표 확대’를 내걸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철에 나섰다. 국회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면, 현재 비례의석 54석을 유지하거나 지역구를 줄여서라도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전날 공개된 또다른 여의도연구원 보고서에 “현행 선거제도에서 가장 혜택을 보고 있는 당은 새누리당”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음을 상기시키며 “불공정한 것을 공정하게 바꾸는 게 정치권의 당연한 책무 아니냐”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 직능·계층 대표냐, 지역감정 해소냐

그러나 야당의 ‘증원이 전제되지 않는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방침에 대해 전문가 집단 일각에선 우려를 제기한다.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지 않고 권역별 분배 방식을 도입할 경우,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장점인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일치를 확보하기 힘들 뿐 아니라 비례대표제의 또다른 취지인 ‘직능·계층 대표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지금의 54석 규모를 유지한 채 권역별로 의석을 나눌 경우 애초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새정치연합이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인 정당지지율과 의석수의 일치에 관심을 두기보다, 취약 지역인 영남에서 정치적 교두보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비례대표직의 일부는 취약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온 지역위원장들에게 ‘정치적 보상’ 차원에서 주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영남권 지역위원장 58명이 이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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