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것이 '프란치스노믹스'다

*이 글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적을 기록하는 월간 블로그 '프란치스를 따라서서(Following Francis)'에 올라온 글이며, La Croix의 교황청 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는 세바스티앙 마야드가 허핑턴포스트를 위해 독점 제공했습니다.

(로마) 로마 밖을 다닐 때는 교황들은 주로 성당과 성역, 혹은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미사를 진행하는 모습으로 눈에 띈다. 에쿠아도르, 볼리비아, 파라과이를 8일 동안 순방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곳들에 많이 다녔다. 그러나 이른바 '대중 운동'의 회의장에 나타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개발도상국에는 널리 퍼진 비공식 경제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재활용을 하는 사람, 길거리 교육을 하는 사람, 원주민들의 땅과 권리를 보호하는 사람 등이었다. 이중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는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고 카톨릭과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볼리비아 산타 크루즈에서 열린 이 모임에는 반세계화 포럼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걸린 현수막들은 지역의 수호 성인이 등장하는 현수막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질 좋은 의료와 교육을 요구하는 것부터 1904년에 칠레에게 잃은 해안 지방을 되찾자는 것까지 다양했다. 바다를 되찾는 것은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부르짖는 볼리비아의 꿈이다.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석했고, 허가 받은 참가자 목록도 사전 검토했다.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와 만난 교황

이런 사회운동가들과 탄압받는 사람들이 왜 교황을 만나고 싶어할까? 아르헨티나 출신의 교황 호르헤 베르고글리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낼 때 이런 운동들을 접한 적이 있다. 특히 '카르토네로스', 즉 빈 박스와 폐지를 모아 재활용품으로 파는 사람들을 알고 지냈다.

카르토네로스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때 처음 나타났다. 베르고글리오는 고국에서 당시의 혹독한 재정 위기와 IMF의 역할을 목격했다. 이 일이 국제 경제에 대한 그의 시각에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의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척 하지는 않는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경제학에 큰 앨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토대로 한 접근 방식을 택한다. 그의 임기 로드맵 '복음의 기쁨'에 나오는 그의 원칙 중 하나는 '현실은 사상보다 위대하다'이다. 그가 찾아가곤 하던 아르헨티나 수도의 슬럼(villas miserias)부터 노숙자와 거지들이 둘러싼 바티칸 시국까지, 그는 현실은 경제 이론의 약속과는 다르다는 것을 본다.

그러나 경제 이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은 교황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회가 가난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불평등과 배제를 편안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그가 산타 크루즈에서 연설하며 묘사한 것도 이것이고, 예전 연설들에서 '무관심의 세계화'라 일컬었던 것도 이것이다.

교황은 사람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노력한다. 그의 연설에는 수치나 데이터는 없지만, 무관심과 싸울 뿌리 깊은 힘인 사람의 연민을 건드리려 한다.

변화의 필요성이 외부로부터 이해되고 또한 내면에서 느껴질 때, 교황은 "그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두 가지 제시한다.

아래로부터의 변화

첫 번째 방법은 아래로부터 접근하는 바틈-업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할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목표는 가난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도움에 의존하게 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카르토네로스는 이런 접근의 한 가지 예다.

프란치스코가 교단이 운동의 종교성과는 상관없이 풀뿌리 운동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게 하는 의도가 이것이다. 호르헤 베르고글리오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과 사회 운동가들이 서로 알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경제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운동들과 교황청이 함께 주최한 산타 크루즈의 회의는 교황의 이러한 두 번째 시도로, 작년 10월에 바티칸에서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신앙은 혁명적이다"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의 두 번째 접근은 변화를 즉각적, 혹은 단기적 행동이 아니라 장기적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신앙은 혁명적이다'라는 그의 믿음에 따라, 그는 하루 아침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산타 크루즈에 모인 '대중 운동'들을 향해 권력을 잡으려 하기 보다는 미래에 투자하기를 독려했다. 카톨릭 교회와 교황청을 개혁하려는 자신의 접근 방법과도 비슷하다. 오래 가는 효과가 없는 주의를 끄는 행동을 취하기 보다 긴 과정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이 교황에게서 레시피를 기대하지 마라." 그는 산타 크루즈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만병통치약이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는다. 교회의 사회적 원칙에 따른 넓은 가이드라인을 줄 뿐이다.

간결하게 말하면 이러한 가르침들은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낮은 곳에서 시작하고, 변화를 일으키려면 길게 보아라'가 되겠다.

전통적인 경제적 사고는 아니고, 반 자본주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크리스천의 영향을 받은 경제학'이 되길 바라는 것을 도입하는 방법일 뿐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is Is 'Francisnomic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에서 허핑턴포스트 팔로우하기 |

트위터에서 허핑턴포스트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노믹스 #경제학 #경제 #종교 #가톨릭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