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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도파민 회로가 차단되는 생리적 질병이다

내가 대여섯 살 때 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늘 심장병 합병증 때문이라고 들었다. 한참 지나서야, 내가 정신 의학 공부를 마치고 신경 촬영법을 사용해 중독자의 뇌를 연구한 지 꽤 되고 나서야 외할아버지의 진짜 사인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전화를 걸어 "노라, 네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셨고, 술을 마시고 싶은 강한 충동을 통제할 수 없는 괴로움 때문에 자살하셨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내가 약이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내 커리어 전부를 바쳐왔다는 걸 알면서도, 내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진짜 이유를 내게 비밀로 해왔다. 어머니는 내가 중독이 뇌의 병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말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걸, 그게 수치스러울 게 없다는 걸 어머니가 깨닫지 못하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생각해보았다.

여러 번 생각해본 결과, 중독이 '만성 뇌 질환'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아주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주 아픈 아이를 둔 부모가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당신 아이가 당뇨병이 있어서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라고 말하고, 당뇨병은 만성 췌장 질환이라고 하면 아이가 왜 그렇게 심하게 아픈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췌장의 세포가 인슐린을 만들 수 없게 되었고, 사람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인슐린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이해해야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인슐린이 없으면 우리 몸의 세포가 에너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아픈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가혹한 처벌로도 마약을 복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그런 상태, 마약을 복용하기 위해 자신들이 아끼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게 되는 상태를 설명하려면 중독이 만성 뇌 질환이라고 말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그 말의 진짜 뜻은 아주 구체적이고 심오한 사실이다. 마약 사용으로 인해 사람의 뇌는 우리가 기능하는데 필요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당연히 여기는 것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들은 자유 의지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남용하는 모든 마약은 우리의 행동에 동기 부여를 하는 뇌 영역에서 '도파민'을 대량으로 분비시킨다. 보상 영역(중격측좌핵 등)과 판단, 의사 결정, 행동 자가조절 등 고차원적 기능을 통제하는 전두엽 전부의 영역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뇌 영역은 도파민에 훨씬 더 둔감해지며 도파민 대량 분비에 적응하는데, 이것을 수용체 하향 조절이라 한다. 그 결과 삶 속의 평범한 건강한 것들 - 하루 종일 조금씩 나오는 도파민으로 보상 받는 우리 생존에 필요한 즐거운 사회적, 육체적 행위가 더 이상 우리 삶의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한다. 중독자는 마약이 주는 대량의 도파민이 있어야 일시적으로 괜찮은 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끝없는 악순환이다.

나는 어머니와 나누었던 그 대화를 계속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어머니가 수치스러워 했던 것은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다는 사실 만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절망과 무력함을 느껴 자살하셨다는 것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외할아버지는 끊으려고 했지만 다시 술에 손을 댔고, 이게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또 다시...... 그러다 자기 혐오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의료 전문가들과 우리 사회가 중독이 그저 '뇌 질환'이 아니라, 자유 의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회로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마약 중독에 대한 수치와 오명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마약은 이 회로를 차단한다. 중독된 사람은 중독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마약을 복용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 연구실의 중독자들은 그게 즐겁지조차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저 통제가 안 되는 거예요." 혹은 이렇게 말한다. "마약을 복용하지 않는 괴로움이 너무 참기 힘들어서 마약을 복용해야 해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 즉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르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뇌 회로를 마약이 방해하는 만성 질환이 중독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의료 종사자와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중독에 붙는 오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중독의 기본적인 병리학을 이해하면, 환자들은 증거에 기초한 치료(오피오이드 중독을 부프레노르핀이나 메타돈으로 치료하는 것 등)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고, 쉽게, 비판을 받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에 걸린 아이나 심장병, 암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그들은 수치심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치료 받아야 하는 병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니 말이다.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Addiction Is a Disease of Free Will'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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