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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사이트 '애슐리매디슨' 공개 상장 추진

  • 허완
  • 입력 2015.06.01 15:56

‘불륜 산업’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불륜을 공공연히 사업 아이템으로 내세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혼외데이트 중개 사이트인 애슐리매디슨은 상장을 추진중인데, 최근 혼외데이트 사이트들이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과 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논쟁이 뜨겁다.

애슐리매디슨의 모회사인 캐나다의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는 올해 말까지 런던 증시에서 2억달러 규모의 공개 상장을 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유럽이 배우자의 부정에 대해 좀더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이 회사는 2011년 토론토에서 공개 상장을 추진했지만, 토론토 주식거래소와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태도를 보여 상장을 포기해야만 했다. 애슐리매디슨의 상장은 불륜 산업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 때문이었다. 애슐리매디슨 최고경영자 노엘 비더먼은 당시 상장 실패가 여론의 거부감과 시기상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애슐리매디슨의 사업 무대가 미국과 캐나다에 한정돼 투자가치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애슐리매디슨은 46개국에서 3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해, 약 10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에는 1억5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수익이 현실화된데다 발전 가능성도 검증됐기 때문에 공개 상장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회사 쪽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런던 증시 상장이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유럽 쪽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혼외 관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관대하다는 프랑스에서조차 혼외데이트 중개 사이트가 제소당했다. 애슐리매디슨과 경쟁 회사인 프랑스의 글리든은 ‘기혼여성을 위한 혼외관계 사이트’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를 버스 등 대중교통에 대대적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고, 가톨릭가족협회(ACF)가 나서 글리든을 제소했다.

이 단체는 혼인의 순결을 보장하는 내용이 프랑스 민법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다며, 글리든의 사업은 이에 위배된다고 제소했다. 프랑스 민법 212조는 “결혼한 파트너들은 서로에게 존경, 신의, 도움, 조력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마리 앙드레 가톨릭가족협회 의장은 “개인들의 성관계를 조장하는 수많은 웹사이트가 있으나, 글리든은 사업모델이 혼인의 신의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글리든은 기혼 여성에게 혼외 성관계를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업 목적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리든 쪽은 “우리가 불륜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불륜은 존재할 것”이라며 “광고에서 좋은 차를 봤더라도 그걸 살 의무가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사람들이 우리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더라도 (불륜을 저지를)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가족법 변호사들은 관련 조항에 대한 판사의 해석 범위가 크지 않다며, 글리든의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법 조항이 강제력을 가진 것은 아니며, 도덕관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글리든 쪽에 여론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데이팅 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도 불륜 산업에 위기가 되고 있다. 데이팅 사이트인 어덜트프렌드파인더가 최근 해킹을 당해 회원 39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지난 21일 나왔다. 회원의 이메일과 생년월일 외에도 성적 취향, 혼외 관계를 추구하는지 등도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혼외 관계 사이트의 개인정보는 가장 민감한 것이어서, 해커들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잇따른 악재는 애슐리매디슨의 런던 증시 상장 계획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비비시>가 투자자 및 분석가들을 접촉한 결과, 대부분이 애슐리의 사업모델에 대해 언급하기조차 꺼리는 점에서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이 회사의 영업 관련 수치에 의문도 제기된다. 애슐리의 전직 임직원들은 적지 않은 회원들의 신원이 허위라고 지적했다. 회사 쪽도 회원들 다수는 가입만 하고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인정한다.

애슐리매디슨의 비더먼 최고경영자는 사업의 목적은 이익이라며, 자신의 회사가 높은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런던경영대학원 등의 최근 연구는 담배나 성인오락사업 등 이른바 도덕적 범죄와 관련된 주식이 연평균 거의 19% 이익을 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비우호적 여론에다가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애슐리매디슨에 공개적으로 투자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사회사인 글로벌웹인덱스는 일반 데이팅 사이트 이용자 가운데도 40% 이상이 실은 혼외 관계를 추구한다고 보고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불륜을 공개적으로 내세운 애슐리매디슨 같은 곳에 투자하면서 비난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데이팅 사이트에 투자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애슐리 입장에서는 이번 상장이 돈 때문만은 아니다. 글리든의 최고재무책임자 마누엘 몬테비도니도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애슐리매디슨이 이런 식의 자금조달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더먼도 단순히 돈을 모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들을 ‘잠재적 악’으로 낙인찍는 기존 관념들을 허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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