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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중국발 미사일 3000㎞이상 탐지 가능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사드·THAAD) 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중국에서 미국 본토를 목표로 발사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3000㎞ 이상 거리까지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미국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있는 조기경보 레이더망에 실시간 전송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요격 미사일을 조기에 발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사드가 한·미 국방부 등이 강조하는 북한 미사일 방어 목적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를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가 미-중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외교·안보·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과학·기술·국가안보정책)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평화·갈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1일 이런 공동 분석 결과를 <한겨레>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두 학자는 미사일방어 체계를 수십년간 연구해온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꼽힌다. 사드 레이더의 성능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끼칠 구체적인 영향을 기술적으로 분석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사드 논쟁에 큰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두 학자는 사드 부대에는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이 적용돼 원거리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AN/TPY-2)가 포함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반도에 배치되면,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미사일방어체계의 부속물이 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이 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미국 서해안과 동해안으로 향하는 중국 탄도미사일의 상단 추진체를 탐지하기 비교적 용이한 측면과 후면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미사일이 한반도 북쪽 상공을 통과하는 동안 3000~4000㎞ 거리까지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레이더는 중국 탄도미사일의 탄두를 추적하기는 어렵지만, 상단 추진체가 탄두와 분리될 때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있는 조기경보 레이더가 지금보다 더 원거리에서 탄두를 추적할 수 있는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포스톨 교수는 “특히 미국 서해안으로 향하는 중국 탄도미사일 정보는 미국 쪽에 매우 유용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이 데이터는 미국이 알래스카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발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종말모드(탐지거리 600~900㎞)와 전진모드(1800~2000㎞) 두 가지 중 종말모드 레이더를 배치하면 중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포스톨 교수는 “이 레이더의 성능을 모르고 하는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모드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며, 모드 전환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군수업계에서는 이 레이더의 최대 탐지 가능 거리가 45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탐지거리는 레이더 전자파를 목표물에 발사한 뒤 반사되는 신호의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두 학자는 미사일방어 체계는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기만탄)를 식별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어, 방어 체계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톨 교수는 “미국에 대한 핵공격까지 고려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된다면, 중국 군사전략가들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를 잠재적으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공격의 일환으로 이 레이더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우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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