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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반대자' 김이수 재판관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이수 재판관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 당시에도 유일하게 8명의 재판관에 맞서 정당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던 김이수 재판관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 관련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도 8명의 재판관에 맞서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다.

  • 이태경
  • 입력 2015.05.29 12:31
  • 수정 2016.05.29 14:12
ⓒ한겨레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이수 재판관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 당시에도 유일하게 8명의 재판관에 맞서 정당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던 김이수 재판관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 관련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도 8명의 재판관에 맞서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실 통진당 해산심판사건도 그렇고, 이번 교원노조법 2조 관련 위헌법률심판 사건도 그렇고 특정 재판관이 압도적 다수에 맞서 소수의견을 내기는 무척 어렵다. 정권의 성격, 언론지형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비대언론의 패악과 상징조작, 통진당에는 적대적이었고 전교조에도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여론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김이수 재판관은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임무를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했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김 재판관이 펼친 소수의견의 논거는 아래에서 보듯 얼마나 탄탄하고, 정교하며,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가? 김 재판관은 정부가 청구한 통진당해산심판은 이른바 "은폐된 목적"을 정부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 통진당의 강령이나 진보적 민주주의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이석기 등의 발언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된다고 하나 이석기 등의 발언은 통진당 전체의 기본노선에 반하고 통진당이 이를 옹호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인 정당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므로 정당해산 제도는 최후적, 보충적인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기각되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⑴정당해산 요건의 엄격한 해석 필요

정당해산 요건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논리적 오류나 비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에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 자체가 엄격하게 증명돼야 하는데도 정부의 논증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진성 당원의 수만 3만여명인데, 극히 일부의 지향을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 일부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도 모두 그럴 것이라는 가정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⑵통합진보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강령이나 이를 구체화하는 문헌들을 보면,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체적 내용은 진보세력들에 의해 수십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조합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자주파가 친북적 성향을 가졌다 할지라도, 자주파 전체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증거는 없다. 옛 민주노동당 구성원 가운데 종북 성향을 가진 사람만이 남았다고 볼 수도 없다. 정부는 민혁당 잔존 세력이 진보당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나, 직접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조직원으로 언급된 사람은 몇 명에 불과하다.

⑶통합진보당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진보당 지역조직인 경기도당 주최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비핵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진보당 전체의 기본노선에 반하고, 진보당이 이를 적극 옹호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진보당이 다른 정당들처럼 일상적 정당활동을 영위한 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 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를 기용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

⑷비례의 원칙 충족 여부

진보당 해산 결정은 그것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해산으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다.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보당이 제시한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고, 이는 대다수 당원들이 당원이 되게 만든 큰 이유가 됐을 것이다.해산 결정은 진보당을 반국가단체로, 당원 전체를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진보당을 지지한 국민들을 반국가단체 지지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 국회의원 지위를 활용해 국가질서에 대한 공격적 시도를 한다면 국회는 제명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정당해산 제도는 최대한 최후적·보충적 용도로 활용돼야 하고, 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겨야 한다.

- 김이수 재판관 반대의견 요지

김이수 재판관은 이번 교원노조법 2조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도 "교원노조법에는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조항 등이 있으므로, 해직자들이 포함된다고 해서 교원노조가 정치화되거나 그로 인해 교육의 공공성이 저해될 위험도 없다"며 "교원노조법 입법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해직 교사를 조합원에서 제외하도록 한 해당 조항은 교원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헌재 "해직교사는 전교조 조합원 자격 없다"...교원노조법 합헌) 김 재판관의 판단은 헌재의 "교원노조법은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해 교원의 실질적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데 입법 목적이 있어, 이를 위해 조합원을 재직중인 교원으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는 판단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고 합헌적이다.

김이수 재판관의 존재와 소수의견은 헌법재판소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역사적 결정들을 내리는 암흑의 시기에 단연 빛을 발하고 있다. 구조의 힘이 압도적이고, 혼돈과 어둠이 지배할지라도 지혜 있는 자의 용기 있는 선택은 죽백에 새겨지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사는 김이수 재판관을 분명 위대한 반대자로 기록할 것이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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