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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지 못한 우주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

원칙적으로 대답이 가능한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과 중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질문을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예를 들면, '모든 것의 이론'을 발견해 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지니고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의 친구 프랭크 윌첵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의 이론'이라는 말을 즐겨 한다.

ⓒASSOCIATED PRESS

과학이란 자연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을 밝혀 내려는 노력이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영원히 찾기 힘들 수도 있지만, 수십 년, 때로는 더 오랫동안 과학적 연구의 방향의 틀을 잡는 것이 이 질문들이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예상치 못한 사실들이 이 질문들을 가다듬기도 하고, 심지어 질문의 의미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400년 이상 성공적으로 이어져 왔고,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원칙적으로 대답이 가능한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과 중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질문을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예를 들면, '모든 것의 이론'을 발견해 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지니고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의 친구 프랭크 윌첵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의 이론'이라는 말을 즐겨 한다.

이런 원칙을 가이드 삼아, 허핑턴포스트 에디터들의 권유로 나는 우주론과 소립자 물리학 분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질문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첫 두 가지 질문을 다루는 실험들이 진행 중이고, 십 년 안에 의미있는 발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뒤의 두 가지 질문은 기본적인 질문이고, 우리가 엄청나게 운이 좋다면 대답이 곧 발견될 수도 있다. 혹은 아예 찾을 수 없거나, 몇 세기 뒤에야 찾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실험을 하며 자연을 탐구할 때 자연이 우리를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실험보다 훨씬 드문 법이라, 이 기본적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새로운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중력 이론을 개선하는데 뉴튼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시간이 참 많이 걸렸지 않은가.

암흑 물질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 은하계, 그리고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모든 은하계의 질량의 대부분이 항성과 고온 가스가 아닌 다른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증거가 발견된 1970년대 이래, 이 '암흑 물질'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우주학과 소립자 이론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암흑 물질은 은하계 뿐이 아니라 은하계 무리 전체에 퍼져 있고, 우주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물질들보다 10배 더 많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빅뱅으로 가벼운 원소가 생겨났다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비롯되는 논의는 이 암흑 물질은 일반적인 물질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함의를 갖는다. 즉 모든 원자의 구성 물질인 양자, 중성자, 전자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암흑 물질이 전자기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 은하계를 포함한 여러 은하계를 통과하는 확산 기체나 미립자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암흑 물질은 '저기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안에' 있는 것이 된다. 당신과 나, 지구 전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를 뚫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은 과제이자 기회다. 암흑 물질의 성질을 모르는 상태에서 지구에서 암흑 물질을 직접 감지하려면 그 성질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추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직접 감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지 않은가! 암흑 물질을 감지해 낸다면 이 우주에 가장 흔한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립자와 힘에 대한 본질적인 것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암흑 물질을 감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은 꽤나 적절한 접근 방식이다. (1) 어쩌다 지나가며 원자핵을 뿌리고 에너지를 방출하는 암흑 물질 입자를 감지하는 깊은 지하 감지기를 사용하거나, (2) 대형강입자충돌형가속기(LHC)를 사용해 새로운 소립자가 생성되던 초기 우주의 조건을 일시적으로 재현해 충돌 과정에서 감지될 수 있을 만큼 소립자를 많이 만들어 내는 방법.

그래서 태고의 암흑 물질을 지하에서 직접 감지하는 방법과 LHC는 누가 먼저 암흑 물질을 발견하느냐 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둘 중 하나가 십 년 안에 암흑 물질을 발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아니면 우리가 애초에 암흑 물질의 성질을 잘못 생각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소립자간의 약한 상호작용은 왜 약한가?

LHC는 물론 암흑 물질 찾기 이상의 일을 해왔다.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던 힉스 입자를 발견해낸 것도 LHC다. 그러나 물리학에서 새로운 발견은 늘 더 많은 질문을 낳는다. 힉스 입자는 상호작용이 약한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다. 이는 곧 상호작용의 성질을 규정한다. 하지만 왜 힉스 입자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할까? 왜 약한 상호작용은 강한 상호작용보다 그렇게 현저히 약하며, 전자기를 포함한 이런 힘들은 왜 인력의 힘보다 현저히 강한 것일까?

최근 LHC의 에너지와 선속의 세기가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우리는 LHC가 앞으로 이런 질문들을 해명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흥미롭게도 여기서도 암흑 물질의 역할이 있을지 모른다. 약한 스케일이 지금과 같은 모습인 이유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이론은 '초대칭'이라는 자연의 새로운 대칭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초대칭이 있다면 아직 관찰되지 않은 새로운 입자들이 잔뜩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중 가장 가벼운 입자는 절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암흑 물질의 구성 물질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만약 LHC가 이 입자를 발견한다면 암흑 물질의 미스터리 뿐 아니라 초대칭, 나아가 모든 힘의 통합을 해명할 실마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일이 년 동안 LHC가 무엇을 알아낼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의 우주는 유일무이한가?

어쩌면 물리학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신'이 이 우주를 창조할 때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지(그는 물론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상징적으로 한 말이다) 혼자 생각해 볼 때 했던 질문이 우리의 우주는 유일무이한가, 물리학의 법칙들은 유일하고 고정된 것인가 였다. 근본적인 상수를 단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바꾸면 조직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인가?

이 질문은 근본적인 동시에 접근하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우주 뿐이기 때문에, 다른 우주들을 생각하는 것은 순수히 형이상학의 영역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우주에 대한 추측이 사라지지는 않았고, 현대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확장하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무이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관찰하는 소립자의 성질과 장은 순수한 우연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질문이 더 흥미로워지는 이유는 우리가 다른 우주를 직접 관찰할 수는 없어도, 그 존재를 암시하는 실험적인 힌트를 간접적으로 받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남극의 BICEP2 실험에서는 아주 초기의 우주에서 오는 중력파를 감지했다고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그 신호는 아마 우리 은하계의 포그라운드 노이즈인 것 같다. 그렇지만 만약 앞으로 실험을 통해 그런 신호를 감지해낼 수 있다면 우주가 아주 초기에 겪었던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의 전반적인 면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는 다른 우주들도 많이 생성된다. 이런 파동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의 성질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의 발생으로 이어진 물리학을 탐구할 수 있고, 다른 우주의 발생도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존재할지도 모르는 다른 우주들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그 존재를 입증하는 강한 간접적 증거가 생기는 것이다.

무(無)의 성질은 무엇인가?

이것이 내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의 주제이기 때문에 마지막을 위해 아껴놓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논쟁이 되곤 하는 무의 정의를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무란 빈 공간이다. 그리고 15년쯤 전의 놀라운 발견에 의하면 우주의 에너지 대부분은 빈 공간에 들어 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에너지 때문에 우리가 목격하는 우주의 팽창은 가속화되고, 이 에너지가 궁극적으로는 우리 우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른바 '암흑 에너지'라고 하는 이것의 미스터리를 풀어보려는 천체물리학 관측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기원에 대해서 암흑 에너지를 발견한 이래 알아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정말 '진공의 양자 에너지'일까, 아니면 우주 전체에 스며 있는 새로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일까, 아니면 더 희한한 것일까?

나는 양자 중력에 대한 완전한 이론이 없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리라 본다. 여러 세기가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내 예측은 전에도 빗나간 적이 있고, 우주 팽창에 대한 앞으로의 연구가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을 알려줄 새 정보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이 글은 허핑턴 포스트의 1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하며 쓴 시리즈의 일부다. 시리즈 전체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라.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그 The Big Unanswered Question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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