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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우리가 보게 될 '근대 서울'의 풍경(이미지)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을 철거하고 광장이 들어선 뒤,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서울광장 쪽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모습(조감도).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을 철거하고 광장이 들어선 뒤,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서울광장 쪽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모습(조감도). ⓒ서울시

일제 때인 1919년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에서 출발한 3·1만세운동 시위대가 덕수궁 근처에 도착했을 때, 이 일대는 군중의 함성으로 들끓었다. 이곳은 고종(1852~1919)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도시개조사업을 시작한 1901년 ‘백성의 뜻을 모으는 장소’로 조성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제는 1937년 덕수궁 내부를 볼 수 없게 하려고 조선체신사무회관(현 국세청 남대문 별관)을 지었고, 이곳의 역사성은 퇴색하고 말았다. 동시에 녹색 잔디밭 위 빨간 지붕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볼 수 있던 근대 서울의 풍경도 사라졌다.

일제에 의해 잃어버렸던 풍경과, 그로 인해 퇴색했던 장소적 의미가 함께 되살아난다. 서울시는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를 역사를 회상하고 기념할 수 있는 서울의 역사문화광장으로 조성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철거 예정인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왼쪽 작은 사진 붉은 테두리 건물).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중 철거작업을 시작해 8월 광복절 행사 때 임시 광장을 조성해 공개한 뒤, 내년 말까지 지하 공간에 근대역사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세청 별관 건물은 국세청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다.

일제가 조선체신사무회관을 지은 뒤에도 이곳은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항쟁 등 시민의 뜻이 모이고 함성이 울려 퍼지는 장소로 기능해왔다. 이곳에 광장이 조성되면 이런 역사적 맥락이 담긴 장소가 되살아난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지하 공간을 근대역사 아카이브로 꾸며 과거를 기념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지하 공간을 넓혀 시청역과 시민청을 통째로 연결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구상도 세웠다.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는 “미국의 보스턴에는 약 4㎞ 길이의 ‘프리덤 트레일’(자유의 길)이 조성돼 독립운동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고, 독일 베를린은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을 만들어 자신들이 범한 유대인 학살의 기억을 남겨 반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세종대로 주변 지역은 경성부 청사(현 서울도서관)와 성공회성당, 경성부민회관(현 서울시의회 본관) 등 근대 서울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해 광장 복원의 의미가 크다는 게 서울시 쪽 설명이다.

반면, 이번에 철거하기로 한 국세청 별관 건물은 광복 이후 대규모 증개축과 도로 확장에 의한 철거 등으로 원형이 훼손돼 문화재적 가치가 상실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는 “서울은 이제 랜드마크 만들기에서 벗어나 역사와 기억이 담긴 ‘메모리마크’를 구현하며, 랜드스케이프가 아닌 ‘메모리스케이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도시의 정체성이 생기고 서울 시민의 정체성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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