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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이 생일이라고?'...경찰 발언

  • 박세회
  • 입력 2015.04.20 13:13
  • 수정 2015.04.20 13:14
ⓒ연합뉴스

장애인의 날인 20일 경찰이 장애인단체가 연 집회를 관리하던 중 '오늘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날' 등의 발언을 했다가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장애인·인권 관련 시민단체 70여개가 참여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보신각에서 장애인 차별철폐와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차별철폐 총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도중 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이규환 경정은 현장 방송에서 집회 관리를 위해 나와있는 기동대를 향해 "오늘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니 차분히 대응하라"고 수차례 말했다.

또 "경력 여러분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달라"고도 언급했다.

이런 발언에 집회 참가자들은 소리를 지르는 등 크게 반발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 생일이라는 발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장애인들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이 아니며 차별이 버젓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축하할 날이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인 의문사 피해자 장례식' 직후 장애인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자칫 잘못하면 장애인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국가인권위 진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장애인의 날이 동정으로 차별과 억압을 은폐하는 기능을 한다면서 대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경정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은 그런 심정으로 장애인을 배려해 집회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였다"며 "또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 축제같은 날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애인 단체 분들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만약 상처가 됐다면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명성 종로서장은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상대방을 배려해 필요한 말만 정제해 해야 하는데 경비과장이 다소 오버해 아쉽다"고 인정하며 "사고 나지 않도록 차분히 대응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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