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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4일 13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14일 13시 09분 KST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 얼음층에 나치 200명은 왜 생매장됐을까?

ASSOCIATED PRESS
In this photo made Friday, Oct. 25, 2013 and provided by Olympictorch2014.com, Saturday, Feb. 1, 2014, mountain climber Karina Mezova, front, and Abdul-Khalim Elmezov, head of Kabardino-Balkaria climbing federation, head to light the Olympic flame on the summit of Mt. Elbrus during the Olympic torch relay in Kabardino-Balkaria province, southern Russia. The special project to take the flame to the western peak of Elbrus, the highest point in Europe, was planned separately from the main Olympic

엘브루스. 러시아 남서쪽 끝, 북 캅카스 지역의 카바르디노발카르 공화국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5천642m로, 북미의 매킨리(6천194m), 남미의 아콩카과(6천959m),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천895m),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즈 피라미드(4천999m), 남극의 빈슨 매시프(5천140m), 세계 최고봉인 아시아의 에베레스트(8천848m)와 함께 7대륙 최고봉 중 유럽 최고봉으로 꼽힌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솟은 캅카스 산군(山群)중 가장 높은 산으로, 서쪽으로는 흑해에, 남쪽으로는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아)와 접경하고 있다. 5천m급 산이지만 정상부는 7천m급에 해당될 만큼 산소 농도가 희박하며 기상 변화가 심하다고 한다.

러시아 시사 월간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極秘로) 지난 9일자 인터넷판은 엘브루스산의 한 협곡에서 얼음 속에 생매장된 최대 200명 이상에 달하는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시신이 발견됐다면서 이들의 소속과 임무 등을 짚어보는 기사를 실었다.

카바르디노발카르에 관한 책을 쓴 지지학자 빅토르 코틀랴로프는 이 잡지에 "세베르느이 엘브루스(북 엘브루스)에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나치 독일군의 시신이 얼음 속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면서 "얼음층이 너무 두터워 숙련된 기술자와 특수 장비가 없으면 발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남부군관구 소속 34정찰대의 산악전문 정찰대원들은 2차 대전 전몰자 유해 발굴 단체인 '메모리알 엘브루스(엘부르스 기념회)' 소속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수년동안 이 지역에서 작업을 벌여 수백구의 소련군 유해와 군장비 등을 발견했지만 독일군의 시신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엘브루스 산어귀 마을인 테르스콜라의 토박이인 마호메드 바이다예프는 "숨진 독일군들도 물론 있었다고 할아버지한테 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들은 적이 없거나, 들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1942년 9월 28일 엘브루스산 정상 부근에서 소련군은 막강한 화력과 장비를 갖춘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엘브루스산을 포함한 캅카스를 차지하기 위해 소련과 독일군은 1942년 7월 25일부터 이듬해 9월 9일까지 14개월 이상 전투를 벌였으며 그 결과 34만4천명 이상의 소련군이 숨지고 60만5천여명이 부상했다. 독일군 사상자도 역시 있었지만 최근까지 그들의 유해가 발굴됐다는 소식은 없었다고 한다.

지지학자 코틀랴로프는 "우리가 독일군 시신을 못 찾는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전쟁 당시 독일군에는 이른바 '후송소'라는 게 있어서 전사자들을 이곳으로 모은 뒤 본국으로 송환하거나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 매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장에 동료들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엘브루스산 방어와 관련한 책을 서술한 역사학자 올레그 오프리시코는 독일군들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전사한 전우들을 본국으로 소환했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당시 짐을 가득 실은 당나귀들이 지속적으로 (카바르디노발카르내)호튜-타우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면서 "독일군 전사자들을 옮기는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바르디노발카르 공화국내 평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지휘하는 내무부 군 소속 수색대장 올레그 자루츠키 중령은 "그들(독일군)은 항상 전사자들을 전장에서 치워 매장했다"면서 이런 절차가 워낙 질서정연하고 집중적으로 이뤄져 자신들은 아직 한번도 독일군 유해를 발견한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독일군의 유해가 발견됐다면 "그들에 대해 독일군 자체도 몰랐거나, 특수 임무를 띤 부대였거나, 아니면 단순히 길을 잃었을 수 있다"면서 "또는 이들을 찾을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틀랴로프는 "내 사무실에 한 청년이 찾아와 작년 여름 친구 두명과 함께 엘브루스의 한 좁고 가파른 협곡에서 엄청난 눈덩이에 파묻힌 것으로 보이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독일군 시신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면서 "최근 몇년동안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갇힌 독일군 시신들이 드러난 것으로, 눈사태에 파묻혀 한데 뭉쳐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시신 중 일부는 얼음 속으로 얼굴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매몰된 장소 자체가 워낙 높아 여름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아직 누구도 찾지 않은 것 같다는 게 제보자들의 증언이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다시 두터운 눈이 덮여 있는 상태다.

지지학자 코틀랴로프는 "이들에 관한 정보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몇몇 독일 친구들에게 연락했고 이들 중 한명이 지도들도 보내줬지만 분명치가 않았다"며 "관련 정보들이 필요하며 이들 대부분은 미국의 기록물보관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일부 독일인과 미국인들이 이미 자신을 돕기로 약속했다면서 "올 여름 국제적인 탐사가 시작될 예정으로, 8월쯤이면 군사비밀들 가운데 하나가 없어질 것(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남부군관구 역시 이번 발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틀랴로프는 이번 발견이 러시아와 독일간 상호이해를 강화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는 전승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탐사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들 독일군의 운명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우리 군사(軍史)의 한 장을 복원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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