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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북한 | 군사교류가 남북 신뢰 구축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북한군은 북에서 권력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 어떤 대북 관여 정책이건, 북한 군부를 배제하고 성공할 수 없다. 김정은 시대에는 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제안에 대해 북한군이 오히려 더 개방적으로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중국이 좋은 선례를 제공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 과정에서 군을 배제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을 이해 당사자로 끌어들였다. 그는 군부에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다.

  • 홍석현
  • 입력 2015.04.07 12:48
  • 수정 2015.06.07 14:12
ⓒ사진공동취재단 / 한겨레

다시 생각하는 북한

<1> 3대 세습의 유산

<2> 6자회담 참가국들의 입장

<3>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4> 6자회담의 잠재력

<5>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한 창의적인 접근법들

앞선 글에서 얘기한 맥락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남북 군사교류다. 위험할 정도로 급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는 군사교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북 관계를 전향적으로 견인할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 때문에 군사교류는 더 어렵게 됐지만 일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군사교류가 더 절실하게 됐다.

물론 북한군을 다루려면 섬세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북한군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해내려면 북한군과 직결되는 경제적인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군은 수입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모래를 팔고 새우를 팔았으며, 공원의 나무를 베어냈다. 부장품을 얻으려고 도굴까지 했다. 사실 북한군은 오랫동안 여러 형식으로 한국과 거래해 왔다. 물론 도굴품 같은 것은 제외해야겠지만 비즈니스 거래를 증가시키고 공식화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비즈니스 기회 자체를 목표로 하는 군사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보다 큰 목표를 유념한다면 그리 못할 이유가 없다.

실제 정책을 선택할 때 우리가 나이브해서는 안 된다. 북한군은 북에서 권력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 어떤 대북 관여 정책이건, 북한 군부를 배제하고 성공할 수 없다. 김정은 시대에는 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제안에 대해 북한군이 오히려 더 개방적으로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중국이 좋은 선례를 제공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 과정에서 군을 배제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을 이해 당사자로 끌어들였다. 그는 군부에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정책은 1990년대까지 유지됐다. 덩샤오핑 방식으로 북한군을 끌어들여야 한다. 북한 군부를 배제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통일을 이룩한 한반도에서는 북한 군부가 할 일이 없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북한군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매혹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제안이 성사됐을 때의 여파와 위험 부담을 북한군이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남측 제안에 찬성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그러한 접근법을 주창했고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북한은 햇볕정책에 담긴 한국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했지만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 북한 사람들은 나이브하지 않지만 경제적 유인이 충분히 강력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다.

남북 군사 대화가 지금까지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미 동맹 내부에 존재하는 이론(異論)이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전 세계 차원에서 본다.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다. 한국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더 큰 목표가 최우선이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보다 혁신적 방식으로 고찰한다면, 미국 군부가 남북 군사 대화 중 일부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실 미국·한국·북한의 군 대표들이 참가하는 군사 대화도 가능하다. 새롭고 전향적인 차원의 군사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미국·한국·북한이 판문점의 군사정전위원회(MAC)에 참가하고 있지만 북한이 사실상 MAC을 무력화시켰다). 3국 이해 당사자들 간의 대화는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번잡한 6자회담에서는 나올 가능성이 낮은 혁신적인 접근법의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워싱턴은 한국전쟁 기간에 발생한 작전 중 실종자(MIA)의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기 위해 북한군과 직접 접촉했다. 서울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2007년 5월 제5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회담에 참석하는 남측 대표단이 북측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향하고 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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