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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우울증도 일으킬 수 있다

  • 남현지
  • 입력 2015.03.22 13:49
  • 수정 2015.03.22 13:50
ⓒGetty Images/Flickr RF

[생활 속의 과학] 봄나들이 필수품 마스크

“먼지 불편” 75%…마스크 착용 29%뿐

황사·방역마스크 없다? ‘보건용’ 통일

KF 수치는 포집률…안면 밀착 않으면 무용

어린이용 표본·제작 기준 마련 시급

‘황사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2월 하순 급습 이후 황사는 소강상태이지만 올해 몽골 지역의 기상이 황사가 발원하기에 좋은 조건이어서 언제 짙은 황사가 다시 닥칠지 알 수 없다. 잦은 미세먼지 주의보도 따뜻한 봄나들이를 헤살하는 방해꾼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황사·미세먼지에 불편해하면서도 ‘관대한’ 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2월 말 전국 성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4명 가운데 3명(75%)은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나쁨’ 수준이 예보됐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는 10명 가운데 3명(29%)뿐이다. 특히 60살 이상은 착용률이 51%인 데 비해 19~29살은 19%밖에 안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한 해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만성 폐쇄성질환, 급만성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뇌졸중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끼치며, 미세먼지의 농도 증가와 심장질환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위험 증가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서울·제주·베이징·아라산(황사 발원지)의 초등학생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8년)를 보면, 이들 지역 대기 중 PM10(10㎛ 이하 크기 입자, 1㎛은 100만분의 1m)과 PM2.5의 토양 성분 금속이 증가한 뒤 아이들의 산화손상 생체지표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손상은 금속이나 활성산소 등에 의해 세포가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암과 퇴행성질환은 산화손상에서 시작된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미세먼지나 호흡기의 후각세포를 통해 직접 뇌에 도달한 미세먼지가 뇌를 먹여 살리는 지지세포에 미세 염증을 일으키면 감정의 안정화 기능을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황사나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우선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기에 입자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차적으로는 물을 많이 마셔 호흡기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돼 여과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사나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발령되면 장기간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장기간은 5~6시간 정도를 가리킨다. 따라서 학교 체육시간을 실내에서 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됐을 때는 가능한 한 실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낫다. 늘 마스크를 가지고 다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airkorea.or.kr)으로 실시간 미세먼지 수준을 확인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황사나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마스크는 일정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황사 마스크와 방역용 마스크가 따로 분리돼 있었지만 보건용 마스크로 통일됐다. 황사 마스크는 앞으로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의 등급을 세 종류로 나누고 분진 포집 효율 시험, 안면부 흡기 저항 시험, 누설률 시험 등을 통과한 제품만 허가를 내준다. 올해 2월20일 현재 판매 허가를 받은 마스크는 94종에 이른다. 분진 포집 효율은 미세먼지를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를 나타낸다. 우선 마스크를 영상 38도와 영하 38도, 습도 85%의 극한 상태로 24시간 방치한 뒤, 염화나트륨(소금) 에어로졸(평균 크기 0.6㎛)이나 파라핀오일 입자(평균 크기 0.4㎛)를 정해진 양과 속도로 마스크에 쬐어 통과한 양을 잰다. 황사 방지용으로 쓰이는 KF80 등급은 입자가 80% 이상 걸러졌음을 의미한다. KF94와 KF99는 사스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까지 차단할 수 있는 방역용 마스크 등급이다. KF는 ‘코리아 필터’의 약자다. 안면부 흡기 저항은 마스크를 썼을 때 숨을 얼마나 잘 쉴 수 있는지를 말한다. KF80 마스크는 섬유가 덜 촘촘해 KF94나 KF99에 비해 숨 쉬기가 쉽다. 신동천 교수는 “고령자나 폐·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임신 후기 여성, 어린이들은 높은 사양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22일 부산지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외국인과 나들이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중간에 새는 정도를 측정하는 누설률 시험은 깨끗하게 면도한 10명한테 마스크를 착용시킨 뒤 염화나트륨 에어로졸을 뿌리며 러닝머신 위에서 시속 6㎞로 2분 동안 걷게 하고 머리를 좌우, 위아래로 15번씩 움직이도록 한 다음 2분 동안 ‘가나다라마’ 문장을 큰 소리로 말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세 차례 거쳐 등급별 누설률(5~25%) 기준을 통과했는지를 평가한다. 한돈희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누설률 기준을 통과했더라도 실제 마스크가 사용자의 얼굴에 얼마나 밀착되는지가 중요하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람의 대표적인 얼굴 모양(면체)에 따라 마스크를 제작해야 밀착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한국인 면체를 만들어 마스크 제조업체인 ㈜도부라이프텍과 함께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KF80 마스크의 누설률 기준이 25%여도 사람들이 실제 착용했을 때 누설률은 40~50%에 이른다. 밀착도 검사를 하는 기계가 따로 있지만 값이 비싸 개인이 사용할 수는 없다. 마스크를 쓴 뒤 앞면을 막고 숨을 들이쉬었을 때 뺨이나 턱 부분이 잘 쭈그러드는지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수를 뿌려보는 것은 향수가 증기 형태라 밀착도 검사에 소용이 없다.

현재 시중에서 파는 보건용 마스크는 사실상 성인용밖에 없다. 어린이용으로 파는 제품도 성인용을 크기만 줄였을 뿐 어린이용 별도 시험을 통해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김현욱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현재의 어린이용 마스크는 어른 옷을 크기만 줄여 어린이에게 입힌 격이다. 어린이의 호흡량·호흡속도 등이 성인과 다르고 코 높이나 턱과 인중까지의 거리 등 얼굴 크기 비율이 달라 마스크 시험 기준과 표준 모양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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