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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 며느리 2명, 둘째 날엔 아들 2명 오라고 했다" 광주의 어느 가족이 택한 '순번제 방문'

각양각색 명절 풍경.

설날인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이북 실향민 가족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설날인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이북 실향민 가족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뉴스1

″자녀들에게 올 설 명절은 오지 말라고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경기 수원시에 살고 있는 A씨(77)는 설날인 12일 아내와 아들과 함께 차례를 지냈다. 정부가 설 연휴 기간 가족끼리라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규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주 경기 파주와 충남 태안에 있는 딸에게 연락해 오지 말라고 했다. 15분 거리에 있는 아들에게도 전화해 손주와 며느리는 오지 말고 아들만 와서 차례를 지내라고 했다. A씨는 ”올해 설 명절은 아쉽지만,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규제를 따르는게 맞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선 설 명절 부모님을 뵙기 위해 ‘순번제’를 택한 가족도 있었다. 3남매인 박모씨(52·광주광역시)의 가족은 순번을 정해 아버지를 뵙기로 했다. 박씨는 ”방역수칙 지키자고 첫 날은 며느리 2명, 둘째날은 아들 두 명씩만 오라고 하셨다”며 ”교회 다니는 큰누나는 어차피 절도 안 할 것이니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설날인 12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차량들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설날인 12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차량들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고향을 찾은 가족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익명을 요구한 B씨(47)는 ”건강이 좋지 않은 팔순의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가족 4명이 시골집을 찾았다”며 ”어머니만 뵙고 가급적 다른 모임이나 접촉은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주 남평에서 왔다는 이모씨(51)는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다 보니 아이들은 놔두고 부부만 고향에 왔다”며 ”고향을 찾는 설렘이나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고 아쉬워했다.

코로나19여파는 시골 마을 설날 풍경도 바꿔놓았다. 경북 영양의 한 마을은 명절이면 한해의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세배 인사로 잔칫집 분위기가 났지만 올해는 조용했다. 직계가족이더라도 사는 곳이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다 보니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 

설날인 12일 오전 서울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날인 12일 오전 서울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 마을에서만 70년 넘게 거주해 온 B씨는 ”작년 추석도 동네가 조용했는데 설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생전 이런 설은 처음”이라며 ”친지들이 오지 않아 차례상도 최대한 간소화했다. 서울에 사는 외손주가 보고 싶지만 어떡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마을에 홀로 사는 박모(87) 할머니는 영상통화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박 할머니는 ”일전에 손자가 영상통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덕분에 이른 아침부터 자식, 며느라와 영상통화를 했다”며 ”그래도 적적함은 가시지 않지만 설 명절 이후 사람들이 덜 붐비는 날에 찾아온다고 하니 그때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뉴스1/허프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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