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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밤에도 어른의 숙제를 같이 풀어주는 고객센터의 이야기

이 고객센터의 전화가 가슴 뭉클한 이유

  • By HuffPost Korea Partner Studio
  • 입력 2020.03.03 10:55
  • 수정 2020.03.06 10:41

고객센터(콜센터)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권도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환경에서 진상 고객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담원의 이야기는 늘 있었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고객 상담원의 호소는 금세 다른 이슈에 묻혀 사라진다. 상담원의 업무를 오로지 돈으로만 여기는 기업이 만연해 생기는 일이다.

반면 어느 한 기업의 고객센터로 선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자고 호소하는 고객 상담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상 고객의 폭언, 욕설도 없다. 주말에도 야간에도 어른의 숙제를 같이 풀어주는 이 고객센터는 ‘팬층’이 두터워 선물을 비롯한 편지도 종종 날아든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Moyo Studio via Getty Images

누구나 쉽게 이용하면서도 속사정을 잘 알 수 없는 곳이 고객센터다

고객센터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운영방식에서 비롯된다. 고객센터 상담원의 대다수가 아웃소싱업체(콜센터 운영업체)와 얽혀 있다. 2006년에 한국노동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10년도 더 전부터 기업들은 고객센터 상담원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여왔다. 고객센터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가 아니어서 늘 외주화의 1순위였다.

아웃소싱업체의 유일한 관심사는 응대율이다. 상담원의 근무 환경, 복지, 애로사항 따위는 관심이 없다. 아웃소싱업체는 고객사와 계약된 월평균 응대율을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는 상담원이 일정 수준의 콜 품질을 보장하도록 늘 감시한다. 상담원은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오갈 때조차도 보고해야 한다. 감시당하는 노동자의 감정과 인권은 고려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다.  

ⓒYuichiro Chino via Getty Images

“상담원은 당장 내일이라도 다른 인력으로 교체될 수 있고,
그만둔다고 해도 전혀 아쉽지 않는 존재다”

2018년 10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고객의 폭언 등으로 고객 응대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다.

그런데도 고객센터 직원이 일하는 현실은 예전 그대로다. 그런 법안은 상담사가 일하는 동안 어떤 대우를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으며, 의미 있는 감시나 강제를 동반하지도 않는다. 경영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Shot of a young call centre agent looking stressed out while working in an office
Shot of a young call centre agent looking stressed out while working in an office ⓒPeopleImages via Getty Images

이 기업은 오래된 업계에서 변화를 고집했다

교육업체 에듀윌은 직접 해결책 제시에 나섰다. 고객센터 운영 방식을 학습 관리 기반으로 바꿨다. 고객센터는 자사 수험생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정보와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통 창구’로 변신했다. 먼저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에듀윌이 다루는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공무원 시험 과정은 방대한 학습량을 자랑하는 만큼 학습 시간과 진도를 잘 배분해야 한다. 특히 시험이 가까워진 시기에는 조금의 시행착오도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 에듀윌은 고객센터에 학습 관리를 전문으로 할 수 있는 ‘학습 관리 매니저’를 배치했다. 이들은 전화로 수험생들의 생활 관리부터 고충 상담과 컨디션 체크 등을 수시로 진행한다. 이와 같은 1 대 1 학습관리 시스템은 에듀윌이 업계 최초다.

에듀윌 고객센터의 학습 관리 매니저는 노련한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수험생 학습 관리를 위한 특별한 묘수가 있다.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통화로 수험생 한 명의 합격전략을 설계하고 학습 가이드를 제공하는가 하면, 노량진 학원에 입성해야 들을 수 있는 알짜 정보도 공유해준다. 학생들이 보통 책이나 인터넷 강의에서 얻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식이다. 시험을 치기 며칠 전에는 학습자의 진도 및 성적을 꼼꼼히 되짚고 확인한다. 이를테면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 최종 점검으로 쭉 훑어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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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윌

고객센터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주길 바라는 소비자도 만족하는 고객센터가 탄생했다.

ⓒ에듀윌

흔히 근로 환경을 바꾼다고 하면 깨끗한 시설 정도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에듀윌은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객센터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고객센터의 근무 환경도 남다르다. 휴게 공간에는 안마의자, 사내카페 등이 갖춰져 있다. 점심시간과 집중 휴식 시간이 있어 그 시간에는 게임을 즐기거나 안마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직원들로 북적인다.

놀라운 것은 이게 365일 가능하다. 평일 야간에도, 주말에도 수험생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컨디션 난조까지 해결해주니 작심삼일만 외치던 사람이라면 이 전화 한 통으로 끝까지 완주 할 수 있을 테다. 

고객센터로 선물이 쏟아졌다

자격증 합격자 발표가 난 뒤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 고객센터로 선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갓김치와 송이버섯, 춘천 닭갈비까지. 모두 학습 관리 매니저에게 감사의 인사로 들어온 선물이었다. 선물은 꽤 연식이 있어 보였다. 선물을 보낸 수험생 대부분이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등 노후 대비 직업을 찾는 중장년층인 까닭이다. 학습 관리 매니저는 팬층도 두터워 편지, 기프티콘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

학습 관리 매니저는 수험생의 합격 후기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 합격생은 학습 관리 매니저님이 전화로 학습 진행 상황을 확인해 주시고, 제가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 때 친절하게 상담해 주셔서 매우 좋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에듀윌 고객센터 공인 2팀에서 근무 중인 고영만 리더는 “수험생들이 꿈을 이루도록 도왔을 뿐인데 항상 선물을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매번 정성스럽게 보내주는 선물은 에듀윌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매니저들과 나누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에듀윌 합격생들이 고객센터에 보낸 갓김치, 송이버섯, 닭갈비.
에듀윌 합격생들이 고객센터에 보낸 갓김치, 송이버섯, 닭갈비. ⓒ에듀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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