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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25일 11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1월 25일 17시 45분 KST

"가부장제 거부하는 모든 여성 환영" 모임 개최하는 이들이 전하는 말

”서로에게 상처가 아니라 위안과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뉴스1

시대가 달라지면서 명절 풍경도 점차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통적인 명절에 녹아든 가부장제의 흔적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만든 ‘차례상 대신 브런치’ 모임이다.

웹툰 ‘서늘한 여름밤’(서밤) 이서현 작가는 2018년부터 명절에 차례상을 차리는 대신 브런치를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올해는 서울 마포구 공덕과 동작구 사당, 인천, 남양주, 대전, 전북, 경북 등 7개 지역에서 열린다. 서밤 작가는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모든 여성을 환영한다’는 소개 문구를 내걸었다.

사당 지역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강수하 작가는 ”설 당일(25일) 6명이 그날 영업하는 브런치 가게에서 모일 예정”이라며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해서 서밤 작가님 모임 외에도 다른 모임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거나 고향에 가지 않으면 집에 혼자 있어야 했는데, 그러면 기분이 가라앉고 휴일 분위기도 느끼고 싶어진다”며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마치 왼손잡이처럼 ‘나만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 같다‘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다는 게 이 모임의 가장 큰 의미”라며 웃었다.

인천 지역 모임을 개최한 오모씨는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여성들이 주로 일을 도맡는 데 문제의식이 있었고, 결혼·취업 등 ‘명절 잔소리’에 대한 청년들의 거부감도 있다”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씨는 ”평소에 교류가 별로 없는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이면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잘 몰라서 결혼·취업·진학 등 서로를 비교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로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지만, 삶의 방향을 강요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게 특히 어르신들이 유의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로 모여서 각자 자신이 중요하거나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며 ”서로에게 상처가 아니라 위안과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건 명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설 모임도 있다. 1년 전부터 비건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K모씨는 ‘차례상 대신 브런치’ 모임을 보고 비건 명절 모임을 구상했다. 고기로 국물을 낸 떡국, 육류가 들어간 부침개, 고기가 빠지지 않는 잡채 등 신념과 맞지 않는 음식을 피하면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K씨는 ”명절 때 (육류가 포함된) 음식을 못 먹으면 ‘왜 못 먹냐’ 부터 시작해서 ‘그래도 먹어야지’ 등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은 곳에 가는 일도 피로하고 불편했다”고 모임을 계획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그는 ”설 당일 오전 호스트의 집에서 채식주의자들이 모여 ‘비건 명절음식’을 요리해 먹을 예정”이라며 ”떡국과 김치전 등으로 식사를 한 후 간단한 다과를 즐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