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12월 31일 09시 06분 KST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결의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애국가를 불렀다.

한겨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3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장석으로 향하자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3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공수처법)을 표결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문 앞 중앙홀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한국당이 공수처법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생각했던 ‘무기명 투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법 표결을 포기하고 회의장 바깥 규탄대회를 택한 것이다.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중앙홀 규탄대회에서 “한국당은 사력을 다했지만 이성도, 상식도 없는 좌파 막가파에 짓밟혔다.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한국당 의원들은 3시간이 넘도록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 다수는 ‘의원직 총사퇴 카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단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일임하기로 했다”며 “의원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새달 3일 장외투쟁도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아침부터 공수처법 표결을 앞두고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출한 공수처법 수정안 탓에 ‘4+1 협의체’ 일부의 동요가 예상됐고, 이런 이유로 한국당 내부에서도 여권의 이탈표에 한가닥 희망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4+1 협의체’가 회동을 열어 공수처법 시행령 일부에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등 공조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한국당은 사실상 포기 수순을 밟았다. 저녁 6시에 열린 본회의에 대처하는 한국당의 태도는 무기력했고, 별다른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알리자 발언대를 에워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정권 범죄은폐처 공수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무기명 투표로 투표 방식을 변경하자는 안건이 재석 287명에 찬성 129, 반대 155로 부결되자, 한국당 의원석에선 탄식과 함께 “다 해 ×먹어라” “나라를 팔아먹은 ×” 등 문희상 의장을 향한 거친 야유가 쏟아졌고, 이후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퇴장하면서 표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수처법 통과를 이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 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이어 공수처법 의결로 이제 개혁의 관문 두 개를 뚫었다. 남은 과제들도 착실하게 성공시켜야 한다”며 “저무는 한 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소망하신 촛불시민들께 작은 선물이었길 기대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 의장도 이날 “12월 한 달은 30년 정치 인생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동료 의원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에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숨 걸고 막는다고 수차례 공언하더니 무기력하게 줘버리고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러고도 견제하겠다고 내년 총선에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냐. 야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