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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필리버스터에서는 막말이 쏟아졌다

충돌 직전의 위태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측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이어진 성탄절 새벽, 국회 본회의장 의원석은 대부분 비어 있다. 본회의에는 지난 23일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상정됐다. 2019.12.25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측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이어진 성탄절 새벽, 국회 본회의장 의원석은 대부분 비어 있다. 본회의에는 지난 23일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상정됐다. 2019.12.25 ⓒ뉴스1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여야 간 ‘크리스마스 전투’로 번졌다.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이번엔 찬성 토론 방식으로 가세해 한국당 의원들과 ‘맞불 토론’을 벌였고, 여기에 바른미래당까지 뛰어들었다. 토론은 25일 밤 12시 회기 종료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토론이 번갈아 이뤄지면서 감정이 격해지자 여야 사이에서 “단두대” “날강도” 등 원색적인 비난과 고성이 오갔고, 때때로 충돌 직전의 위태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 국회는 지금 ‘메리(?) 필리스마스’ 전날 필리버스터 포문을 처음 연 한국당은 24일에도 정부 여당과 군소 야당,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한 노골적인 비판을 퍼붓는 데 집중했다. 이날 아침 6시23분께 세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권성동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문희상 씨”라고 부르며 “제대로 된 의장이 맞느냐”고 비꼬다가 문 의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듣보잡” “누더기·걸레”라고 비판한 권 의원은 “국민들은 연동형이 뭔지, 캡이 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정의롭지 못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민을 개무시하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항의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정의당은 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첫 타자로 23일 밤 9시49분께 단상에 오른 주호영 의원은 “문 의장이 참 가지가지 한다”며 쏘아붙이는 것으로 무제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단두대를 만든 사람이 단두대에 죽었다. 내년 선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두번째 주자였던 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은 한국당이 선거법 협상에 전혀 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알량한 티케이(대구경북)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 “국회 앞에서 폭력적으로 한풀이해도 해결이 안 된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의 발언 때에는 한선교 한국당 의원과 고성이 오갔다. 한 의원이 “(최 의원은) 할 말 없으면 들어가라”라고 반말을 하자, 최 의원은 “한번 해볼까요” “반말을 하다니 저랑 친한 사이시냐”고 존댓말로 쏘아붙였고, 이에 한 의원은 “할 말 없으면 들어가세요”라고 응수했다.

■ 여야 “여론전 밀릴 수 없다” 초강수 이번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상정 당시 벌어졌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당시엔 야당인 민주당의 독무대였다. 은수미(10시간18분), 정청래(11시간39분), 이종걸(12시간31분) 의원이 잇따라 최장시간 발언 기록을 깨며 화제를 독점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한국당은 회기 단축으로 25일 자정까지인 필리버스터 종료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찬성 토론’에 가세해 ‘마지막 여론전’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무제한 토론인 만큼 찬성 토론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지만, 민주당의 ‘참전’은 필리버스터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장례식에 와서 춤을 추는 행태”라며 민주당의 찬성 토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선거법 협상을 회피했던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일방적인 ‘여론전’을 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토론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한국당이 토론을 봉쇄하고 일방적 흑색선전만 퍼부었기 때문”이라고 찬성 토론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당이 얼마나 많은 왜곡을 했는지 국민께 직접 알리는 치열한 토론”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도 “한국당이 마이크를 독점하고 가짜뉴스를 쏟아내도록 둘 수 없다. 우리도 선거법 협상 과정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도 필리버스터에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다섯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단상에 올라 “민주당과 범여권 ‘기생정당’들이 ‘4+1’이라는 불법 협의체로 헌정사에 치욕적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외에 새보수당이 가세하자, 이에 대항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도 토론을 신청했다.

■ ‘참전’ 의원들, 기저귀 차고 물 아껴 마시고 상대에게 예민해진 의원들은 ‘화장실’ 이용 문제를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발언 도중인 새벽 5시48분쯤 “지난번엔 화장실을 허락해 줬다”며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청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다음 차례인 권성동 의원을 향해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첫 타자였던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아예 기저귀를 차고 단상에 올랐다고 한다. 밤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서 의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고, 당번으로 지정돼 자리를 지킨 일부 의원들도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청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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