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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극우정당 복스가 의석수를 두 배 넘게 늘렸다

4년 사이 네 번째로 치러진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없었다.

  • 허완
  • 입력 2019.11.11 14:45
Spain's far-right party VOX candidate Santiago Abascal is seen among flags during Spain's general election at the party headquarters in Madrid, Spain, November 10, 2019. REUTERS/Susana Vera
Spain's far-right party VOX candidate Santiago Abascal is seen among flags during Spain's general election at the party headquarters in Madrid, Spain, November 10, 2019. REUTERS/Susana Vera ⓒSusana Vera / Reuters

마드리드 (로이터) - 4년 사이 벌써 네 번째로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극우정당 복스(Vox)가 의석을 두 배 넘게 늘렸다. 그러나 깊이 분열된 의석수 분포가 나온 탓에 정부 구성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 한 번의 총선 실시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도박을 걸었던 과도정부 총리 페드로 산체스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은 10일 총선의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1위를 기록했으나 오히려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의석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체스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진보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정치적 교착상태를 해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공존을 거부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좌파 정당이나 우파 정당 어느 한 쪽도 전체 350석 중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교착상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같은 결과에 따라 각 정당 지도자들은 창의력을 발휘해 이번에는 진중하게 정부 구성 협상을 벌여야 할 전망이다. 일부 정당들은 자존심을 꺾어야 할 수도 있다. 높아진 투표 불참율에서 보듯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총선을 실시하는 것에 넌더리가 난 상황이다.

사회노동당을 찍었다는 연금 생활자 이사벨 로메로(65)씨는 ”이제 그들은 협상을 해야만 할 것이다. 사람들은 세 번째 총선을 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늘어놓으며 투표 기권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Spain's acting Prime Minister and Socialist Party leader (PSOE) candidate Pedro Sanchez speaks to supporters during Spain's general election at party headquarters in Madrid, Spain, November 10, 2019. REUTERS/Sergio Perez
Spain's acting Prime Minister and Socialist Party leader (PSOE) candidate Pedro Sanchez speaks to supporters during Spain's general election at party headquarters in Madrid, Spain, November 10, 2019. REUTERS/Sergio Perez ⓒSergio Perez / Reuters

 

현재로서는 사회노동당의 소수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어떤 정당과 손을 잡을 것인지, 그와 같은 정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더 큰 질문도 남아있다.

보수정당인 국민당(PP)은 2위를, 복스는 3위를 차지한 반면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당은 57석에서 10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상태를 해소할 여러 방안들에는 지역주의 정당들과 함께 시민당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복스는 첫 의회 진출을 이뤄냈던 지난 4월 총선에서 확보한 24석에서 크게 오른 52석을 차지했다. 다만 스페인 전역에서 얻은 득표수 자체의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30% 수준이었다.

 

국가주의자들의 부상

유럽 다른 지역들에서 열린 최근 선거를 뒤덮은 국가주의 물결에서 스페인은 오랫동안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군사독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상태에 대한 분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추진으로 인한 불안은 복스의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복스의 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스페인을 위한 ”애국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스의 중앙당에 모인 지지자들은 스페인 전통 노래를 부르고 국기를 흔들며 선거 결과를 자축했다. 변호사인 크리스티나 마르티네즈(25)씨는 ”지금 복스가 정권을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에는... 당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지도자 마린 르펜은 트위터로 복스에게 축하를 건네며 ”믿기 어려운 진전”이라고 밝혔다.

사회노동당에 투표했다는 마드리드의 은퇴 역사 교사 에스페란사 데 안토니오(64)씨는 복스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30년 동안 (학생들에게) 파시즘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가 로이터에 말했다. 독재자 프랑코는 1939년부터 사망한 1975년까지 스페인을 지배했다.

Spain's People's Party candidate Pablo Casado speaks to supporters at party headquarters during Spain's general election, in Madrid, Spain, November 10, 2019. REUTERS/Jon Nazca
Spain's People's Party candidate Pablo Casado speaks to supporters at party headquarters during Spain's general election, in Madrid, Spain, November 10, 2019. REUTERS/Jon Nazca ⓒJon Nazca / Reuters

 

연합?

프랑코의 사망 이후 수십년 동안 사회당과 인민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는 동안 스페인은 신생 정당들의 등장으로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가장 최근을 놓고 보면 금융위기 이후 급부상한 복스가 있다.

의회는 12월 초에 회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 정당과 반자본주의 정당을 비롯해 카탈루냐 독립파인 CUP당 등 총 16개당이 의회에 진출했다.

사회노동당은 120석을 얻어 지난 4월의 123석보다 줄어들었다. 

극좌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사회노동당과 ”내일부터 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포데모스는 지난 선거 이후 산체스 총리와 연립정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으며,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포퓰리즘의 부흥에 맞서 좌파 진영의 단결을 호소했다.

의회에서 과반의석(176석)을 확보하기 위한 세 가지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시민당을 포함하는 방안을 비롯해 모든 방안들은 난관으로 가득하다.

일각에서는 우파 국민당이 불참하고 산체스 총리가 소수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산체스 총리와의 협력 가능성을 일축해왔던 국민당 대표 파블로 카사도는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게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면서도 사회당의 다음 행보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체스는 패배했고 이제 그가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스페인은 더 오래 기다릴 수가 없으며, 그의 정파적 이익에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옵션으로는 지난해 부패 스캔들 당시 국민당을 무너뜨려 산체스의 총리 취임을 이끌어냈던 세력들로 다수정당을 결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카탈루나 분리독립주의자 의원들이 산체스 총리를 지지해야만 하는데, 카탈루냐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세 번째 옵션은 시민당이 다른 여러 지역 정당들과 함께 사회노동당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편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은 이날 상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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