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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이 승리했다

전통적 우파 정당은 참패했고, 극우정당이 급부상했다.

  • 허완
  • 입력 2019.04.29 12:11
  • 수정 2019.04.29 12:26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사회노동당(PSOE)의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2019년 4월28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사회노동당(PSOE)의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2019년 4월28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28일(현지시각) 치러진 스페인 조기총선에서 중도좌파 집권 사회노동당(PSOE)이 다수 정당으로 올라섰다. 

반면 제1당이었던 스페인의 전통적 우파정당 국민당(PP)은 의석수가 반토막 나는 참패를 당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띠는 신생정당 복스(Vox)는 프랑코 군사독재가 종식된 이후 40여년 만에 극우 정당으로서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이민 정책, 스페인의 국가적 정체성 등이 화두로 떠올랐던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2016년 총선의 투표율 (66%)을 훌쩍 뛰어넘는 75% 넘는 투표율이 기록됐고, 정치적 지각 변동에 가까운 변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좌우 어느 쪽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산체스 총리가 조기총선을 소집하면서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산체스 총리가 조기총선을 소집하면서 치러졌다. ⓒPablo Blazquez Dominguez via Getty Images

 

개표가 99.99% 마무리된 상황에서 사회노동당은 123석을 확보해 제1당에 등극했다. 2016년 총선에서 얻었던 85석 보다 38석이나 늘어난 것이다.

스페인 역사상 첫 정부 불신임 끝에 지난해 6월 정권을 잡았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총리직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노동당은 집권 이후 주요 법안이 번번이 의회에 막히는 등 소수정부의 한계를 절감해왔다.

산체스 총리는 2019년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거부되자 조기총선을 소집했고, 당을 제1당에 등극시켰다. ”사회민주주의에 밝은 미래가 있다. 스페인이 그 본보기다.” 산체스 총리가 말했다.

반면 부패 스캔들 끝에 실각한 원내 제1당 국민당은 무려 69석을 잃어 66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유권자들의 혹독한 심판을 받은 셈이다. 

그밖에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당(Cs)가 25석 늘어난 57석으로 3위, 급진좌파 성향의 포데모스 연합이 42석(29석 감소)으로 4위를 차지했다.

극우 민족주의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9년 4월28일.
극우 민족주의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9년 4월28일. ⓒEuropa Press News via Getty Images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24석(득표율 10.26%)으로 5위를 기록한 신생정당 복스였다. 애초 예상(35~38석)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여전히 돌풍에 가까운 성적이다. 

2013년 말 창당 이래 처음으로 스페인 하원에 진출 복스는 반(反)이슬람,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반대, EU 회의주의(Euroscepticism), 낙태 반대, 동성결혼 반대 등을 표방한다

특히 복스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이민정책 등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걸어 국민당의 표를 잠식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스페인 국민들의 민족주의 정서에 편승하는 한편, 이민자 유입 통제를 주장했다.  

복스는 지난해 12월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선거에서 12석을 확보해 사회노동당의 오랜 우위를 끝낸 우파 연정 탄생에 일조하며 ‘킹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1당이었던 정통 보수정당 국민당(PP)은 의석을 절반 넘게 잃으며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제1당이었던 정통 보수정당 국민당(PP)은 의석을 절반 넘게 잃으며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Samuel de Roman via Getty Images

 

한편 사회노동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하원 350석의 과반(176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유력한 좌파 연정 파트너인 포데모스 연합이 확보한 의석을 합해도 과반에 11석이 모자란다. 반대편 국민당과 시민당, 복스 등 우파 정당들의 의석을 합해도 147석으로 역시 과반이 안 된다.  

이에 따라 사회노동당이 바스크 민족주의 정당들 같은 소수 정당들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우선 점쳐진다. 시민당과의 ‘좌우 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반면 분리독립 투표를 지지 조건으로 내건 카탈루냐 분리독립주의 정당(ERC, 15석)의 연정 참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다른 한편으로 유럽연합(EU) 통합 강화를 지지하는 사회노동당의 승리는 5월 말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EU에게도 다소 위안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주요 극우 정치세력들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체스 총리는 승리를 자축하며 ”우리는 EU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강화시킬 친(親)EU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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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극우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